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여행하며 무료 숙식"..게스트하우스 ‘스태프’ 노동착취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가 하루 종일 중(重)노동에 시달리고 저임금을 받거나 숙식으로 임금을 갈음하는 사례가 다수라는 것이다. 계약서를 쓰지 않아 일방적 해고나 부당한 업무 지시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업계와 스태프 등에 따르면 수백곳에 달하는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 무급 조건이 만연한 상태다. 게스트하우스 측은 스태프가 일을 제공하는 대신 숙박을 제공 받는만큼 근로 계약이 아닌, 쌍방 계약이라고 설명한다. 각종 온라인 사이트의 스태프 모집란에는 여행을 하면서 무료로 숙식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다수는 15일 근무에 15일 휴식을 조건으로, 임금을 숙식으로 갈음하거나 1개월 만근 시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업무 특성상 모집 대상으로 20대 초중반 여성을 선호한다.

■성추행 신고까지.."하루 12시간 이상 중노동"
그러나 스태프 지원자들은 ‘힐링’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가 ‘상처’만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간 스태프로 일한 권모씨(37·여)는 ‘노예 생활’로 기억한다. 그는 제주도에 정착하기 위해 처음 방문, M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10일,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조건으로 사장에게 매달 20만원을 받았다. 잠자리는 손님들이 묵는 8인실 중 한 곳을 배정받아 해결했다. 권씨는 “오전 8시 출근해 하루 12~14시간씩, 한달에 10일 가량 일했다”며 “보통 100여 객실을 혼자 정리하는 데 쉬는 시간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권씨는 매일 100여 명의 △체크인 서비스 △세탁 △화장실 청소△조식 제공 △설거지 등을 했다. 그러다 올 3월에는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 권씨가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권씨는 “1주일간 정리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지만 다음날 당장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부당하다고 느낀 권씨는 지난 3월 노동청에 사장을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신고했다. 특히 권씨는 지난해 12월 입사 10일 만에 직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여성의 경우 게스트하우스가 성범죄에 취약한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이모씨(28·여)는 “무급 조건이어서 여행도 많이 다니고 친구도 사귀려고 했는데 일이 고된 것은 물론이고 성추행까지 당할 뻔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남녀 직원 혼숙의 경우가 있고 저녁에는 술자리가 잦아 여성은 성 문제에 굉장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노동착취 논란...법률 위반 가능성도
게스트하우스 노동착취 논란은 제주 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고용노동부와 게스트하우스협회가 스태프들의 무급 근로와 관련한 법 위반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협회 관계자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들이 일을 제공하는 대신 무료로 숙식을 해결하는 계약은 전국적으로 보편화 된 시스템”이라며 “그러나 사업주가 심한 노동을 시키거나 계약해지를 제한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스태프를 고용하고 임금을 숙식으로 갈음하는 행위가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우 노동과인권 노무사는 “스태프 개개인의 근무 형태를 볼 때 노동 강도가 높고 사업주가 지속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거나 업무 매뉴얼이 있는 등 실제 근로 계약과 유사한 형태라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며 "무급 노동은 사실 노동착취로, 숙식이 조건이라면 임금을 주고 그 돈으로 숙식을 하도록 권유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사업주 측은 상호 간의 쌍방 계약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다툼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