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징검다리 연휴’ 학교들 휴업 …최장 11일 방학
일부 학원선 "몇 자리 안 남았다" 불안감 자극 마케팅
가족여행 가려던 가정들 '우리 애 뒤쳐질까' 여행 취소
시민단체 “학원 휴일휴무제 도입해 학생도 쉬게 해줘야”
학원들 “강제휴무는 학생 선택권 침해…개인 과외만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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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 부부가 예상치 못했던 복병은 맏이가 다니는 수학학원에서 온 안내문자였다. 1~5일 닷새간 매일 3~4시간씩 ‘단기 특강’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원에 물으니 “이미 몇 자리밖에 안 남았다. 등록을 하려면 서두르라”고 했다. 서씨는 “수학이 약한 딸도 이를 전해 듣고 마음이 흔들리는 눈치다. 우리 애들이 쉴 때 다른 애들은 공부할 거라 생각하니 여행을 가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달말부터 시작되는 '징검다리 휴일'에 맞춘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들의 홈페이지 홍보물. 고3은 물론 고1,2나 중학생 대상 강의들도 많다.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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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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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의 학원 중 상당수도 연휴에 문을 여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2 자녀를 둔 이모(46·목동)씨는 "자녀가 등록한 적 있는 학원 10여 곳에서 '5월 연휴에 단기 특강을 한다'는 문자를 여러 통 받았다"고 말했다.
이달말부터 시작되는 '징검다리 휴일'에 맞춘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들의 홈페이지 홍보물. 고3은 물론 고1,2나 중학생 대상 강의들도 많다. [홈페이지 캡처] |
학원 측의 이 같은 불안 마케팅에 일부 가정에선 연휴 계획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초3 딸을 영어학원에 보내는 김모(39ㆍ서울 역삼동)씨는 이번 연휴에 가족여행을 가려고 올 연초에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했었다. 그러다 학원 측이 ‘연휴에 정상 수업하고, 승급 여부를 정하는 레벨 테스트도 한다’고 안내해오는 바람에 이달 초 예약을 취소했다. 김씨는 “학원에선 ‘원하면 수업날짜, 시험 시간을 바꿀 수 있다’고 했지만 몇 달 준비한 테스트를 미루고 연휴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취소했다”고 말했다.
'징검다리 휴일'에 맞춘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한 학원의 홈페이지. 고3은 물론 고1,2 대상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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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부모들의 불만에 대해 학원들은 “연휴 중 수업을 원하는 부모도 오히려 많다”고 주장한다. 강남에서 10여 년간 수학학원을 운영해온 김모(50) 원장은 “5년 전 명절 연휴를 맞아 우리 학원도 쉬려 했다. 원장인 나도 강사도 남들 쉴 때는 쉬고 싶다. 그런데 ‘학교도 쉬는데 학원까지 쉬면 애들은 뭐하냐’는 학부모의 항의가 거세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연구원에 따르면 중학생 33%, 일반고 학생 36%,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 51%가 일요일에도 학원을 다닌다. 자료: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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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OECD가 조사, 발표한 회원국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10점 만점). 한국은 터키에 이어 꼴지에서 두번째다. 자료: OEC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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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이 이어지는 학습 부담을 상징하는 쳇바퀴를 학생이 걷고 있다. '학원 휴일무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퍼포먼스다. [사진 좋은교사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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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월화수목금금금’ 식으로 학교와 학원만 오가는 청소년에게 일주일에 하루라도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쉼없이 학업에 매달리는 생활은 청소년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만족도는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원업계는 “학원 휴무제는 학생·부모의 선택권, 학원의 영업권을 침해할 뿐더러 실효성도 없다”며 반대하고 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병래 학원총연합회 부회장은“휴일휴무제, 교습 시간의 법제화는 단속의 사각 지대에 있는 개인교습자의 과외만 활성화하고, 나아가 사교육 비용을 상승시켜 계층 간 교육격차를 오히려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대선 교육 공약 평가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사교육 고통 해결하라'는 홍보물을 들고 있다. [중앙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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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ㆍ전민희 기자 guchi@joongang.co.kr
천인성.전민희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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