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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신흥시장 '디폴드 경고음'…올 1분기 달러 부채 202조원↑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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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달러화 약세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올해 1분기 들어 신흥시장 국가들이 총 1790억 달러(약 202조6000억원) 규모의 달러 표기 부채를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흥시장의 달러화 부채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갈수록 쌓이는 신흥시장의 달러 부채가 또 한 차례 신흥시장의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일부 신흥시장의 달러표기 회사채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경고음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금융정보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국채와 기업 채권을 통해 조달된 달러표기 부채 규모는 모두 179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일 뿐 아니라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재 신흥시장의 달러표기 부채 총액은 3조6000억 달러(약 4068조원)에 달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지방채와 회사채 등 현지통화 표기 부채까지 더하면 신흥시장의 부채는 모두 17조 달러(약 1경9210조원)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발동할 경우 상환 위험에 노출되는 신흥시장의 회사채 규모는 모두 13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비아스 애드리안 IMF 최고 금융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신흥시장의 기업들은 많은 발전을 했다. 그들의 경제는 이제 많은 탄력성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취약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채권 매입 프로그램 중단 방침을 시사했을 당시 신흥시장에서 발생한 긴축발작을 예로 들었다.

당시 세계 시장의 금리는 치솟았고, 신흥시장 통화는 폭락했다. 애드리안은 "글로벌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에 어떤 부정적 파급효과를 끼칠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이러한 리스크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시장에서 달러 표기 채권의 디폴트는 모두 32차례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빈도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에서는 등급이 상향되는 기업보다 하향 위험에 노출되는 기업들이 더 많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그래디는 "향후 잠재적 취약성이 우려된다. 특히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올릴 경우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신회사들과 부동산 개발기업, 소매기업 달러 소득이 없는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외적자가 많고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국가의 기업일수록 상환위험을 더 많이 안고 있다. 달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를 경우 현지통화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은 환율 급락으로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중앙은행들은 그럴만큼 충분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에스더 프라사드 코넬대 무역학 교수는 "달러가 오를 경우 경상수지 적자와 달러 표시 부채를 많이 지고 있는 나라들은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시장 국가들은 새로운 위기에 대비한 외환 보유고를 늘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내통화 표기 채권과 외화 표기 채권 간 균형을 맞추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같은 신흥시장이라고 해도 금융위기 때 노출되는 위험도가 국가마다 다른 이유다.

인도와 필리핀 등은 외채를 그리 많이 안고 있지 않다. 반면 달러 표기 외채를 많이 지니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외채 상환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는 나라들이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터키는 금융위기에 아주 취약한 나라들이다.

모리스 옵스펠트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정 불안과 경제적 긴장이 높은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WSJ는 베네수엘라의 대형 원유업체들과 남아공 및 터키의 주요 통신사 등은 이미 신흥시장의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과 신흥시장 기업의 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무역보호주의 확산 등이 신흥시장의 금융시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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