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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트럼프 100일, 미국 '기회의 땅'에서 '절망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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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난민'도 발생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오는 29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이다. 100일밖에 안 됐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 1년을 됐을 것 같은데 말이다.

트럼프 취임 100일이 다가오자 세계적 신문들이 100일 기념 특집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인도인들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으나 지금은 '절망의 땅'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소말리아 난민이 캐나다로 망명하게 된 사연을 소개하며 캐나다는 지금 ‘트럼프 난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 미국 이제는 '절망의 땅' -NYT

그동안 미국은 인도인들에게 모든 것이 경이로운 나라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인종적 차별을 보고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지 않는다.

인도의 젊은이들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을 유학하고, 일할 곳으로 보지 않는다. 영어가 되는 이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뭄바이에 사는 20세 학생이자 무슬림인 카니카 아로라는 “우리를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는 미국에 유학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인도계 사람들에 대한 백인들의 공격 이후 인도인들의 대미감정은 극도로 나빠졌다. 지난 2월 캔자스의 한 바에서 인도인 2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범인은 백인으로 “이곳은 너희들이 있을 곳이 아니다”며 총을 난사했다.

미국 250개 대학이 회원인 미국대학 등록 및 입학 협회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 지원한 인도인은 전년 대비 26% 줄었다. 대학원은 15% 줄었다. 정보기술(IT) 인력에게 발급되는 H-1B비자는 전년대비 약 20% 떨어진 19만9000명으로 줄었다.

많은 인도인들이 트럼프 정부의 멕시코 장벽, 이슬람 출신 이민 제한 등에 분노하고 있다. 일부는 인도가 목표가 아니라는데 그나마 안도하고 있다.

현재 320만 명의 인도계가 미국에 살고 있다. 인도인들은 영어가 되기 때문에 아시아 이민 집단 중에서 가장 잘 살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최근 인도 젊은이들은 유학지를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변경하고 있다. 대부분 인도인들은 식민 종주국이었던 영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학지를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꾸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 캐나다로 향하는 ‘트럼프 난민들’- FT

트럼프 행정부가 이슬람 6개국에 대한 반이민 행정법에 서명하는 등 이슬람을 노골적으로 차별하자 이웃인 캐나다로 이민 가는 이슬람계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 난민’들이다.

뉴스1

한 무슬림 여성이 눈보라 속에서 캐나다-미국 국경을 넘고 있다 - FT 사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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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난민 출신으로 이슬람 교도인 아브디는 4년 전 미국에 도착했다. 그는 보스턴에 정착해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는 뉴잉글랜드의 추위에 익숙해 졌고,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됐다. 아들도 생겼다. 미국은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그의 미국에 대한 환상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기간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이민 당국은 지난해 말 그에게 난민 자격 신청이 거부됐다고 알려왔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자신의 미래는 없다고 판단하고 캐나다 이민을 결심했다.

그는 캐나다 국경을 몰래 넘어 캐나다에 밀입국했다. 캐나다 국경은 멕시코 국경에 비해 감시가 덜한 편이어서 밀입국이 쉬운 편이다. 그는 허리까지 차는 눈과 영하 30도의 추위를 뚫고 결국 월경에 성공했다. 열대지역에 가까운 소말리아 출신인 그에게 추위와 싸움은 정말 힘겨운 것이었다. 그는 지금은 캐나다 남부 모니토바주 위니펙에 둥지를 틀었다. 물론 영주권은 없다.

아브디 같은 이슬람계 미국인이 한둘이 아니다. 캐나다 이민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모두 2021명의 트럼프 난민들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이민국은 날씨가 풀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로 몰려들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는 남성 어른 한 명이 시작했으나 지금은 아이들과 부인, 심지어 임산부도 이 같은 위험천만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일단 이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향후 미국과의 갈등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미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더욱 문제는 국내에서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트뤼도 총리는 이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반인의 정서는 다르다. 최근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불법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보수파들은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트럼프 난민 문제가 캐나다 정치계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한국 사람에게도 미국은 한때 ‘기회의 땅’이었다. 아니 지극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다고 이렇게 변할 미국이 아닌데…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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