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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Health] 국민 4명 중 1명 ‘치주질환’ 방치하면…입속 세균, 혈액 타고 당뇨병·뇌졸중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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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국민 4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치주질환. 치주질환으로 입속 세균이 몸속 혈액을 타고 들어가면 당뇨병이나 심혈관계질환 등 다양한 전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매경DB>


‘잇몸병’이라 불리는 치주질환. 치아 뿌리나 잇몸뼈, 잇몸 등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치석이 잇몸에 쌓여 염증이 생기고 결국 잇몸뼈 손상을 가져와 치아가 약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치주질환자 수는 1343만명. 국민 4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치주질환은 흔한 병이 됐다. 문제는 치주질환이 단순히 치아에서 그치지 않고 온몸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치주질환으로 생긴 염증이 다양한 전신질환을 발생시키거나 혹은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박관수 상계백병원 치과 교수는 “입은 외부와 우리 몸이 직접 만나는 곳이다. 그만큼 세균과의 접촉 가능성이 크다. 치석이나 치태가 많아져 잇몸에 세균이 살기 쉬운 환경이 되면 염증이 생기고 주변 혈관벽이 약해져 출혈이 일어나기 쉽다. 이때 잇몸 혈관이 열리면서 외부 세균이나 염증 물질이 몸속 혈관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치주질환과의 관련성이 특히 많이 언급되는 것은 당뇨병이다. 잇몸질환으로 생긴 염증 물질은 우리 몸에서 인슐린이 생산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당뇨병 증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잇몸병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박관수 교수는 “당뇨병과 치주질환은 서로 악순환 관계에 놓여 있다. 당뇨병 환자 중에서 잇몸이 약해져 치아를 빼야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은 심·뇌혈관질환과의 상관성도 깊다. 영국 버밍엄대 치대 연구팀은 퇴역 군인 1137명에 대해 24년간 잇몸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잇몸뼈에 염증이 있을 때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발작 발생이 2~3배로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박관수 교수는 “잇몸병이 생기거나 잇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입안 세균이 쉽게 혈관을 타고 몸속을 돌게 된다. 이때 세균에 맞서기 위해 백혈구가 활성화되면서 피를 굳게 만드는 성분도 함께 활성화된다. 결국 혈액이 맑지 않고 끈끈해져 심혈관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심장질환 중에서는 심장 판막에 세균이 붙어 염증이 발생되는 감염성 심내막염과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혈관 내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 혈관벽을 두껍게 만들어 동맥경화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잇몸에 염증이 잘 생기는 사람은 류머티즘 관절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김영택 일산병원 치주과 교수가 103만여명의 치주염 환자 데이터를 종합해 확인한 결과 치주염 환자 가운데 류머티즘 관절염 발생 가능성이 1.17배 높았으며 2015년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윤정 교수팀도 류머티즘질환 중 하나인 강직성 척추염 환자 84명 중 절반가량이 만성 치주염을 앓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임신 여성이 치주염을 앓고 있을 때 조산이나 저체중아를 출산할 위험성도 있다. 만성 치주염을 앓는 남성이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장애의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치주질환이 다양한 전신질환과 연결되는 만큼 항상 입안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 3분 이상 칫솔질을 하는 ‘333 예방법’이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3분보다 더 오래 이를 닦을수록 좋다. 또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스케일링이나 검사를 받아 구강을 통해 몸속으로 세균이 침투해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박 교수의 당부다.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4호 (2017.04.19~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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