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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글로벌 시시각각]불확실성의 기로에 선 ‘하나의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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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올해 국제 정치경제를 특징짓는 용어가 ‘초불확실성’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 불확실성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기존의 틀로는 점점 더 예측이 어렵다.

경향신문

지난 60여년간 독일과 유럽통합을 이끌어 온 프랑스 대선 결과는 유럽연합(EU)의 진로에 중대한 분기점이다. 국경통제, 반이슬람·유로존 탈퇴를 내세운 르펜이 승리한다면 유럽뿐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에도 흑조(블랙스완)가 될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에 이어 르펜까지 승리한다면 강력한 보호주의와 반이민 돌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불확실성은 커진다. 반면 중도 에마뉘엘 마크롱이 승리한다면 이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신선한 정치실험을 수용하지만 보호와 폐쇄가 아닌 개방 속에서 경쟁력 확보와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은 줄어든다.

6월8일 영국의 ‘브렉시트’ 총선은 예측이 가능하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원래 예정된 2020년 이전에는 선거가 없을 것이라고 펄쩍 뛰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전격적으로 조기 총선안을 관철시켰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은 브렉시트 협상을 두고 분열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제1야당 노동당 의석을 50여석 정도 빼앗아 올 것으로 보인다. 메이는 보수당 안에서도 일부 초강경 브렉시트파의 눈치를 봐야 했다. 총선 후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재량권을 강화할 수 있다. 2019년 3월 말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이 결과를 평가하는 총선은 3년 후에 치러져 메이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기 총선 발표 후 파운드화 가치가 오르고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협상이 순조로울 거라고 보는 예상 때문이다.

9월24일 독일 총선은 메르켈 총리의 독주가 깨지고 사회민주당 마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슐츠는 지지도에서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메르켈을 앞섰고 10% 넘게 벌어졌던 정당 지지율도 2~3%로 따라잡았다. ‘슐츠 효과’는 현재 조정을 받고 있다. 슐츠나 메르켈이나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건 별 차이가 없다. 관심은 슐츠가 내놓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라는 과감한 전략이다.

메르켈의 4선 가도에 가장 큰 변수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EU는 독일 주도로 2년 전 터키와 난민협약을 맺고 터키가 중동 난민 유입을 막아주는 대가로 경제적 지원과 EU 가입 협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개헌 국민투표로 ‘술탄’ 자리를 예약한 에르도안이 협약을 파기하면 메르켈의 4선은 불투명해진다. 협약 파기로 난민이 급증하면 메르켈의 입지는 어려워진다. 독일은 프랑스 대선에 극도로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최악의 결과에도 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듯하다. 메르켈이 프랑스 대선 주자 중 르펜만 만나지 않아 일종의 ‘경고’를 보냈을 뿐이다.

<안병억 | 교수·대구대 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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