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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 셰프의 탐식 수필] 돈키호테 고장 라만차의 밥 요리 '파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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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식탁 위에 오른 보편적 삶의 이야기

정상원 셰프의 세계 여러 나라 미식 골목 탐방기를 연재한다. 정상원 셰프는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르꼬숑'의 오너 셰프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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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세고비아의 애저(새끼 돼지 요리) 축제. 퐁네프 다리 샹소니에 의 프랑스 샹송이 서정적인 반면, 이탈리아의 칸초네가 열정을 담는다. 칸초네와는 또 다르게 스페인의 플라멩코에는 정열을 넘어서는 고혹이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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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김수경 에디터 = 스페인은 마드리드를 비롯하여 바르셀로나를 주도(主都)로 하는 카탈루냐, 미식 도시 산세바스티안을 품은 바스크, 아프리카를 인접하는 안달루시아 등 스페인은 다양한 지역색이 공존하는 곳이다. 지방마다 언어도 성향도 다른 만큼 음식의 특색 또한 강하다.

스페인의 내륙 라만차는 풍차를 향해 돌진한 돈키호테의 고장이다. 남한 절반 정도 크기의 라만차 지역 모든 마을은 자기들이 돈키호테 마을의 적자임을 자랑한다. 많은 레스토랑에서 한 귀퉁이가 둥글게 깨진 접시에 음식을 내는데, 돈키호테가 쓰고 다닌 면도용 사기그릇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파에야(paella), 육수로 지어내는 밥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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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만차 포도 농가의 농부 호세의 저녁식사. 밥 요리 파에야를 중심으로 알마가 지, 감 바이스, 하몽 등이 한 상에 같이 오른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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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야는 해산물과 고기 육수로 밥을 지어내는 요리다. 아랍의 향신료가 전래되면서 지중해와 대서양 연안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붓꽃 꽃술을 따서 만드는 고가의 향신료 샤프란(saffron)이 들어가 밥알은 노란색을 띤다.

조리의 과정에서 이탈리아 리소토와의 차이는 리소토가 밥알에 소스를 감싸게 한다면, 파에야는 재료로 육수를 만들어 그 육수로 밥을 짓는다. 샤프란, 규민(cumin), 코리엔 더(coriander) 등 아랍의 향신료와 함께 홍합과 새우, 오징어 같은 해산물이 들어간다. 아를과 아비뇽 같은 프랑스 지중해 연안에서는 닭고기를 라만차나 바르셀로나 같은 대서양 동쪽 해안과 스페인 전역에서는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파에야를 만드는 데 중요한 과정 중 하나는 밥에 찰기를 주기 위해 뜸을 들이는 과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신료의 향과 육수의 감칠맛이 밥알 안으로 배어들어간다. 스페인 파에야는 위도가 우리와 비슷한 카탈루냐 바르셀로나 지역의 것이 우리 입맛에 맞는 경향이 있고 남부지역으로 내려갈수록 기름기가 많고 간이 세진다.

질그릇에서 발표시키는 ‘알마그로 가지(Berenjena de Almargro)’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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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그로 가지. 스페인에서 만나는 김치가 어색하지만, 고추는 아메리카에서 이베리아 반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에 전래되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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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만차 지역에는 놀랍게도 김치가 있다. 그 맛은 김치 비슷한 것이라기보다 그냥 김치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할 정도인데 알마그로 가지라는 채소를 주 재료로 하고 소금으로 숨을 죽여 고춧가루, 마늘과 회향 등 향신료를 넣어 담는다. 종류는 맑은 알마가 지(Aliñadas)와 고춧가루를 넣은 알마가 지(Embuchadas) 고추장을 이용해 담은 알마가 지(pasta de pimiento) 등 수십여 가지가 된다.

알마그로 가지김치는 까수엘라라고 불리는 질그릇에 담아 발효시킨다. 우리의 동치미와 비슷한 맛으로 은근히 칼칼하고 개운하다. 질그릇에 발효하다 보니 장독에 담긴 동치미의 옛 맛이 생각날 정도다. 고추가 신대륙으로부터 넘어온 경로를 생각하면 이곳에서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이방인을 배려하는 생각에서 김치 냄새가 나는 알마가 지를 반찬으로 내지 않아 맛보기 어렵지만 집집마다 질그릇 카수엘라에는 알마가 지가 시원하게 익어가고 있다. 알마가 지는 한국인 입맛의 취향 저격 메뉴.

스페인어로 “알 구스토(al gusto)!” 맛이 개미가 있고 입에 잘 맞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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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만차의 황무지와 지평선. 지평선으로 해와 달이 떠오르는 광경은 라만차의 모든 농부들을 삶의 철학자로 만든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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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의 피노누아 ‘템프라니요(Tempranillo)’, 그리고 땅을 기어 자라는 포도 ‘아이렌(Airen)’

스페인 와인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은 '테이프라니요'로 비단결같이 옅고 부드러운 감촉과 은근한 끈기를 가지고 다양하게 변하는 뒷맛은 와인의 제왕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피노누아(Pinot Noir) 품종에 비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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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만차의 청포도 아이렌. 아이렌 포도는 일반적으로 포도 덩굴이 감고 자라는 축대를 세워 재배하는 꼬르동(Cordon) 방식이 아니라 그래로 땅을 기어 자라게 하는 부시(Bush) 재배 방식을 취한다. 지역의 건조한 환경과 지열 때문이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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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포도 템프라니요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포도는 청포도 '아이렌'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포도 품종은 보르도의 까베르네 소비뇽도 호주의 시라즈도 아닌 스페인 라만차 황무지의 아이렌이다.

와인을 즐기지 않더라도 아이렌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정도이다. 바로 코카콜라 회사에서 음료에 들어가는 당의 일부를 아이렌 포도에서 뽑아 쓰기 때문이다. 아이렌은 와인은 물론 브랜디나 여타 증류주의 원료로도 널리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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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고장 라만차. “산초, 자유는 인간이 가진 가장 소중한 선물이야. 땅과 바다의 어느 보물과도 비교할 수 없지. 자유를 위해 목숨을 감수할 수도 있다고.” Don Quijote de la Mancha. Capitulo XXXIX.©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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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내륙 중심부 라만차는 너른 평야만큼이나 깊은 성찰을 가지고 살아가는 농부들의 고향이다. 돈키호테의 엉뚱함보다는 차분하고 배려가 많은 동네다. 호세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아들의 친구가 물이 설어 하는 눈치를 채고 조용히 오토바이를 타고 생수를 사다 주신다. 냉수 한 잔마저 따뜻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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