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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일론 머스크의 동생 킴벌 "음식으로 세상 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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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34]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비만이다. 원인은 잘 알려져 있다. 맥도널드로 상징되는 정크푸드 때문이다. 정크푸드의 위험성이 크게 알려지면서 심지어 맥도널드마저 정크푸드의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회적인 비만의 원인을 알면서도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비만 인구의 다수가 저소득층인데 이들은 신선한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비만은 결국 경제 문제인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의 한 살 아래 동생인 킴벌 머스크다. 일론 머스크와 킴벌 머스크의 출발점은 같았다. 두 사람은 1995년 온라인 도시 안내 콘텐츠를 만드는 Zip2를 함께 창업했고, 이 회사는 1999년 컴팩에 3억달러(약 3400억원)에 팔린다. 두 사람은 이를 종잣돈으로 X.com을 만들고 이는 페이팔이 돼 2002년 이베이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팔린다. 일론 머스크는 이 돈을 갖고 지금의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만든다.

페이팔을 매각하고 부자가 된 동생은 형과 다른 길을 걷는다. 뉴욕으로 이주해 프랑스 요리를 배워 셰프가 된 것이다. 2004년 콜로라도주 볼더에 이주하면서 '키친 볼더'라는 자신의 식당을 차린다. 하지만 오너셰프가 된 것은 그의 본업은 아니고 이는 일종의 취미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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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킴 벌 머스크/출처=키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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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년 그는 인생을 바꿔놓는 큰 사고를 겪는다. 스키를 타다가 목을 다쳐 전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평생을 전신마비로 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만약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할 거다. 돈은 신경 쓰지 않고 이 세상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술에 성공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지자 킴벌은 정보기술(IT)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관두고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

킴벌 머스크가 세상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Real Food)'을 돌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먹는 음식과 식당에 가서 먹는 음식은 거대 식품 기업들에 의해 움직인다. 거대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식품 산업은 농부와 소비자들을 분리시킨다. 음식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지역에서 만들어진 싱싱한 식재료가 아닌 수입된 식재료가 쓰인다. 신선도와 맛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에는 온갖 종류의 가공 처리가 이뤄진다. 이런 음식들은 칼로리는 높고 영양은 낮기 때문에 비만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산업화된 식품 산업의 해악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많은 대안이 나왔다. 생활협동조합을 비로해 친환경을 내세우는 기업도 많다. 그러나 많은 대안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건강한 음식들을 저소득층도 먹을 수 있도록 저가로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기농을 비롯해 소위 건강한 음식마저 거대 식품 기업들이 소유하게 된 지 오래다.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지 식품 산업뿐 아니라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생각과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부까지 모든 관계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킴벌 머스크는 식품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세 가지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째는 건강하면서도 저렴한 식당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지역 농부들과 식당을 연결시켜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가격(affordable)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가 만든 '넥스트도어' 식당 체인은 다른 산지 직거래 식당의 3분의 1 비용만으로도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는 2020년까지 미국에 50개 넥스트도어 식당을 연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교육이다. 어떻게 농산물이 키워져서 우리 식탁까지 오르는지를 아이들에게 체험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러닝 가든스라는 텃밭을 미국의 모든 학교에 만드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아이들의 비만을 막고, 아이들이 직접 음식을 선택하는 경우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세 번째는 농부를 키우는 것이다. 미국도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아이오와주는 농지 소유자의 60%가 75세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는 그래서 스퀘어루츠라는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미래의 농업 기업인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퀘어루츠는 특히 도시농장에 집중한다. 그가 도시농업을 선택한 이유는 젊은이들에게도 농업이 매력적인 직업일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런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킴벌 머스크는 슈밥재단으로부터 2017년 올해의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킴벌 머스크의 꿈은 일론 머스크의 꿈과 닮은 측면이 있다. 일론 머스크는 기후변화처럼 모두가 문제인 것을 알고 '전기차'라는 해답까지 알면서도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보겠다고 한다. 킴벌 머스크가 개선하고자 하는 미국의 비만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크푸드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저렴하고 건강한 식품이 답이라는 것을 알지만 역시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은 이 문제를 사회운동이나 정치가 아니라 기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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