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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환율 美 바라기]③ 한국경제 '진퇴양난', 환율 전쟁에 버틸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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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자료=현대경제연구원


느리게라도 달리던 자전거(한국경제)가 멈추게 생겼다. 소리 없는 환율전쟁에 한국경제가 '골든 타임'을 써보지도 못하고 침몰할 위기에 처한 것.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 온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눈에 띄지 않는 '스텔스 테이퍼링' 의혹을 받고 있고, 유럽도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몇 개월 동안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 그들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들어 우려돼온 미국과 중국, G2의 전면적인 통상 충돌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게 됐다. 미·중의 충돌시 불똥을 우려했던 한국 경제로서도 한숨 돌릴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환율정책의 '슈퍼 301조'를 언제든 꺼내들 것이다. 세계각국의 환율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 되든 한국경제에 부담이다.

◆한국경제 '진퇴양난'

한국경제를 두고 위기라 말한다. 현 상황이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판박이 처럼 닮아서다.

곳곳에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처럼 내수가 침체가 지속하고 수출 경기의 회복세가 미약하며 가계부채에 따른 경제의 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3고(유가, 원화, 금리)는 내수와 수출의 회복을 막아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3고 시대 진입에 대비해 펀더멘털 강화와 시장 건전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가계부채의 적극적인 연착륙 유도와 수출제품의 비가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3년 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1%이다. 2020년 OECD 36개 회원국 평균보다 0.7%포인트 높다. 하지만 딱 10년 후 이 차이는 사라진다. 2031년부터는 한국 경제성장률 2.1%, OECD 평균 2.2%로 오히려 역전된다. 2060년에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1.3%로 OECD 평균보다 0.2%포인트 낮다.

먼 얘기도 아니다. IMF는 지난 3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췄다. IMF 예상대로라면 한국의 성장률은 2015년부터 4년 연속 2%대에 머물게 된다. 2%대 성장률은 80년(-1.5%)과 98년(-6.9%)을 제외하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상당수 전문가는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대에 그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쇼크'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좋아질 것이다"는 장밋빛 전망은 한국경제의 불편한 현실일 뿐이다.

특히 강한 '달러'시대는 한국경제의 위협요인다. '트럼프노믹스'와 보호무역주의에 '슈퍼달러'(원화가치 하락)의 귀환을 예고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환율 정책도 예상과는 반대(상대국 통화 약세)로 가고 있다.

특히 빚에 쪼들려 사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달러 강세가 걱정이다.

경제가 뒷걸음 하는 상황에서 강달러 추세가 심화하면서 달러 부채를 많이 얻어 쓴 이들 국가의 경제와 기업들이 한꺼번에 쓰러질 수도 있다. 금리 상승 위험 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은 해외 빚(외채) 부담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채권 한국물은 309억 달러 규모다.

또 다른 위험은 1344조원에 달한 가계부채다. 국민 1인당 평균 26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면 대출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취약차주의 고통이 커지고 소비 회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달러 값이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돈 빌리기가 어려지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달러가 강세로 간다면 일부 은행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 자금조달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메트로신문사

◆환율전쟁에 버틸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면서 한숨을 돌리게됐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환율전쟁이 단순하게 진행되지는 않아 보여서다.

경험적으로 기존의 환율전쟁이 세계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않아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3개 선진국에서 실질 통화 가치 10% 절하로 얻어낸 추가적인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0.6%에 불과했다. 앞서 20년 전에는 그 효과가 1.3%였다. 금리 인하가 더는 통화 강세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성 없는 전쟁에서 한국경제가 견딜 수 있을까.

외환보유액을 3월(3753억달러)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세계 8위다. 단기적 대외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단기외채 비율(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은 1997년 말 286.3%까지 올랐지만, 이후 점차 하락해 지난해 말에는 10분의 1 수준인 27.6%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환율전쟁에서 한국은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만 해도 쓸 카드가 많다.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 국채(1조 2000억 달러)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외교 안보 측면에서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선뜻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도 없는 게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경험적으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1996년~1997년 사이에 외환당국은 외화부채의 원화가치를 낮추기 위해 비싸게 사들인 막대한 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이는 97년 11월 IMF사태의 단초였다. 이명박 정부때도 한차례 환율 폭풍에 홍역을 치렀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때 내 걸었던 낙수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일반 서민들은 물가 상승과 대기업 중심의 부의 편중, 확대되는 소득격차로 인해 오히려 심한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중소기업 또한 키코 사태로 인해 많은 도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OECD는 "내년 이후 세계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 수입 둔화, 저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 위험 등 경제 위험 요인도 있다"면서 "각국은 거시정책과 구조개혁 등을 통해 경제활력과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문호 기자 km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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