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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인터뷰]박은하 공공외교대사 "평화통일, 공공외교로 기반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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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국 마음 얻는 게 공공외교…한·중·일 국민 감정 개선 시급"

"지난해 공공외교법 만들어…기반확충 위해 관련 예산 늘려야"

아시아투데이

박은하 공공외교대사가 30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공공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정재훈 기자



아시아투데이 허고운 기자 = “군사력·경제력이 아닌 상대국의 마음을 얻어 우리의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는 공공외교가 절실한 시기다.”

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대사(55)는 30일 서울 외교부 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외교강국들은 공공외교가 핵심적인 외교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중간 갈등, 북핵위협이 고조되는 상황하 한국의 안보와 발전을 위한 외교 공간을 넓혀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박 대사는 “공공외교를 통해 한국에 대한 친근감과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뿌리 내리면 평화통일로 가는 길도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85년 외무고시(19)에서 여성으로 첫 수석 합격을 한 박 대사는 외시 7년 선배인 김원수 유엔 군축고위대표(사무차장)와 결혼해 부부 외교관 1호로도 유명하다.

-공공외교란 개념이 다소 생소하다.
“한국과 한국인의 매력을 알리고 상대방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군사력·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 만으론 외교가 충분하지 않다. 한국의 정책 등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켜 우리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 공공외교다. 공공외교대사는 공공외교 전략을 짜고 정책을 수립하며 외교 현장에서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을 펼친다.”

-공공외교가 왜 중요하나?
“지금 각 나라 외교전은 공공외교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외교강국들은 공공외교가 핵심적인 외교의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경우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돌잔치 때 한복을 입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도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다녔다. 대중의 눈에는 대사의 개인적인 활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전략적으로 추진되는 것 들이다.”

-한국의 공공외교 현주소는?
“지난해 공공외교법을 만들어 관련 부서를 정비했다. 중앙부처간 공공외교 관련 정책 조율과 협조를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부분의 공공외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가 마련했다.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공공외교 추진을 위한 법적 기반 구축했다. 올해 공공외교 예산은 160억원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해마다 5000억원에 가까운 공공외교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교 공간을 보다 넓히고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적어도 지금의 10배 정도는 돼야 한다.”

-중국·일본과의 외교안보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공공외교가 더 중요할 것 같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이웃이다. 각자 자기중심적인 질서를 나가려고 한다면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제로섬 게임 혹은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지역패권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윈윈할 수 있는 지역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래의 동북아질서에 대한 담론을 각국 공공외교에서 힘을 합쳐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시급하다. 국민 감정이 나빠지면 정부도 정책을 할 때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요 이상으로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남북간 통일도 공공외교를 통해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것 아닌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뿌리 내리게 하면 평화통일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다. 지금은 한반도 통일을 막연하게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정말 한국에 통일이 필요하고 국제사회에도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제여론은 사실 크지 않다고 본다. 독일이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통일된 독일이 그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고 지역과 국제사회에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공공외교가 해야 할 일이다. 통일로 가는 길, 그 해답은 공공외교에 있다.”

-해외 근무가 잦은 외교관은 일·가정 양립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해외 근무로 별거하는 자체는 개인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금은 부임기간 중 3년에 한 번 배우자가 방문할 수 있도록 여비 등이 지원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두 집 살림’ 하면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도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배우자 수당은 있지만 자녀를 동반했을 때 수당은 극히 미미하다. 배우자를 한국에 두고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경우에는 사실상 1인에 대한 기본수당 밖에 못 받는다. 배우자 기반이 아닌 가족 기반 봉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외교관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나라를 대표해서 하고자하는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외교부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교관이 갖춰야할 덕목으로 ‘4P‘를 강조하고 싶다. 애국심(Patriotism), 열정(Passion), 인내심(Patience), 그리고 자신을 부단히 갈고 닦는 ‘Practice’. 이런 점들을 잘 갖춘다면 훌륭한 외교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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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외교관 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운 박은하 공공외교대사는 외교관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사진 =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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