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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세월호 인양]‘3년의 기다림’ 간직한 팽목항 숙소, 목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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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제외하고 모두 폐쇄

‘저희는 유가족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글과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이 함께 새겨진 펼침막이 입구에서 추모객을 맞는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자원봉사자 등이 3년째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숙소’.

‘4·16 참사’ 당시 급히 방파제 옆 9900㎡ 진도항 확장 공사 공간을 빌려 만들었다. 입구 바로 왼쪽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 가족이 머무는 집을 시작으로 미수습자 가족 9명이 돌아오지 않은 가족들을 기다리는 이동식 조립주택 10채가 세 줄로 서 있다. 이들을 돌보는 이동파출소와 경기도교육청 사무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성당, 식당, 창고 등도 붙어 있다. 뒤편 한가운데는 희생자 295명 영정과 미수습자 9명의 빈 위패가 있는 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4·16 그날’ 전국에서 수천명이 달려와 슬픔과 안타까움을 나누던 이들 ‘공감의 무대’가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지난 23일 세월호를 수면 위로 인양하고, 마침내 30일 목포신항으로 이송하게 되면서 그동안 이곳을 지키던 미수습자 가족들도 이들 주택을 그대로 싣고 신항으로 이사를 한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항구 확장공사를 본격화하게 될 때까지 남게 되는 분향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은 문을 닫는다.

당시 다급하게 설치한 몽골텐트·컨테이너 등 50여개 시설 안에는 검시검안소, 보건소, 파출소, 자원봉사자센터, 가족대기실 등이 들어섰다. 하지만 가족들이 실종자를 찾아 점차 집으로 돌아가고, 그해 11월 범정부대책본부마저 해체되면서 규모가 지금처럼 줄어들었다.

덩달아 정부 지원마저 끊기면서 이곳에 남은 미수습자 가족들은 전국에서 보내온 쌀·김치·특산품 등으로 간신히 버텨왔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세월호 투쟁’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동안 세계적 명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 가족 등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이들을 찾아와 세월호 진상규명에 동참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들은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던 숙소를 단 하루 비웠다. 세월호 인양을 주저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사전 통보 없이 기습방문한 데 대한 항의로 분향소와 숙소를 잠그고 자리를 잠시 비웠다.

미수습자 가족 권오복씨(61)는 “세월호의 온갖 애환이 깃든 이 공간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진도항 개발계획을 가로막는 일이어서 자리를 비워주는 게 도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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