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대선 3대 의제-②일자리]“인간다운 삶·노동기본권 담은 일자리 생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자리 정책 새 패러다임 제시한 독일의 ‘노동 4.0’

경향신문

스웨덴 렌-마이드너 모델과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독일 하르츠 개혁은 대표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 모델이다. 렌-마이드너 모델과 바세나르 협약이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원칙 하에 노사정 합의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에 기반을 두고 각각 임금과 노동시간을 성공적으로 조절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하르츠 개혁은 고용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는 늘렸지만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로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독일은 하르츠 개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화와 좋은 일자리를 결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는 지난해 11월 <노동(Arbeit) 4.0>이라는 백서(사진)를 발간했다. 독일 정부는 2011년부터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 4.0은 여기서 파생된 것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노동질서를 뜻한다. 백서는 노동 4.0을 “서로 더 많이 연결되고 디지털화되고 유연해진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고용노동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도모한다는 게 골자다.

백서는 노동안정과 고용유연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 모색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니잡’(월급 450유로 미만 일자리)을 확대하는 식의 하르츠 개혁과 과거 신자유주의적 유연화에 대한 성찰로 풀이된다.

<노동 4.0>이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제시한 5가지 원칙을 보면 독일이 구상 중인 대안형 일자리의 윤곽이 보인다. 백서는 누구나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에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득과 사회적 안전’을 제시했다. 또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직업적 발전이 가능한 노동에 편입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양질 노동으로의 편입’, 생애주기에 따른 일자리가 가능한 ‘새로운 표준이 된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 사람과 기계 사이에도 협력관계를 맺어야 하며 기업과 노동자 등이 함께 논의하는 공동 결정 및 참여 원칙을 통해 앞의 4가지 목표들이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도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는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해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고용노동장관 회의에서 열린 정책포럼의 주제는 ‘일의 미래(The Future of Work)’였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새로운 제도와 메커니즘을 고안하고 세워나가야 한다”며 “노동의 세계에 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을 찾아보고 미래의 일에 대한 제도와 방식, 관점을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는 노동기본권이나 인간답게 사는 삶 등의 가치가 퇴화하는 방식으로 노동환경이 구축돼왔다”며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경제논리로만 산업 변화를 보는 게 아니라 독일처럼 훼손된 사회적 가치, 양극화된 노동질서를 바로잡는 방안 등에 대한 담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