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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대선 3대 의제-②일자리]노동시간·비정규직 줄여 일자리 늘리고 고용 질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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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해법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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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 근로시간 국가인 한국은 ‘고용절벽’과 ‘고용불안’이란 양대 난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여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동시에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렇다고 나쁜 일자리를 양산해내서는 안된다. 비정규직이 차별받지 않도록 고용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과 논란이 있지만 외국의 유명 일자리 대책들은 모두 사회적 대타협에서 나왔다.

■ 근로시간 줄여 일자리 나누자

전문가들이 말하는 일자리 나누기 대책의 첫출발은 ‘근로시간 단축’이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노동은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며 “연간 1800시간대까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1980년 연간 2700시간을 넘었으나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00년에는 2512시간으로 줄었다.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의 적용 범위가 사업체 규모별로 확대되면서 지속적으로 근로시간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1766시간)과 비교할 때 한국(2113시간)은 한참 높다. 한국보다 더 오래 일하는 나라는 멕시코(2246시간) 정도다.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은 1371시간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하면서 2017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을 1900시간 이하로 단축해 취업자 수를 연평균 0.6%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갔다. 최근 3년간 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연간 노동시간은 2013년 2201시간, 2014년 2240시간, 2015년 2228시간으로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과로사회’인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 노사정이 합의한 ‘2020년 연간 1800시간’ 달성은 언감생심이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선 다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 선순환되려면 임금이 보전되어야 한다”며 “대기업은 여력이 있기 때문에 노조가 임금 수준을 양보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정부가 임금 보전을 해줘야 한다. 어느 쪽이든 큰 틀에서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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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 ‘저녁이 있는 삶’을 넘어 일자리 늘리기가 가능해진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는 분명 늘어난다고 말한다. 그는 “주 40시간 근무제를 전면 적용하면 51만~7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주 52시간 상한제를 전면 적용하면 59만~77만개,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체(5인 미만, 특례산업, 적용제외 기타 사업체)를 그대로 예외로 둔 채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하면 33만~43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 질 낮은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안주엽 연구원은 “시간제 근로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근로조건의 보장 및 사회보험 가입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유연근무제가 전제가 되려면 우선 최저임금이 많이 높아야 한다”며 “파트타임 하더라도 기본적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소득 보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괜찮은 일자리 만들자

질 낮은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대목은 일자리 대책의 또 다른 한 축인 비정규직 문제와 맞닿아 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은 874만명으로 임금노동자의 44.5%를 차지했다. 노동자 절반이 비정규직이란 뜻이다. 처우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정규직은 4대 보험 가입률과 퇴직금·상여금 적용률이 96~100%이지만 비정규직은 32~40%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정규직 대비 49.2%에 불과하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일자리 대책으로 가장 필요한 건 양을 늘리는 것보다도 일자리 질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비정규직 문제, 중소기업 임금 격차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한 좋은 일자리는 온데간데없고 고용불안만 반복적으로 불거지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첫출발로 꼽히는 대책은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이다. 비정규직을 2년간 고용하고 이후부터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해주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도리어 비정규직을 울리고 있다. 자동 전환되기 2년이 되기 전에 고용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박점규 집행위원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것을 비정규직으로 하청으로 채우는 ‘일터의 하청화’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암덩어리”라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할 수 있게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는 것도 과제다. 박 집행위원은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등의 횡포부터 바로잡는 게 노동자들의 월급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수년간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고용형태공시제로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정도로는 대기업이 비정규직이나 사내 하청을 줄이도록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사회에서 임금의 바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균 임금의 38% 수준인 최저임금 수준을 올리고 고용·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비정규직에게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선·이혜인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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