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유승민, ‘반문 단일화’ 잠시 거리두며 ‘자강론’ 힘쓸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첫번째 과제는 지지도 올리기

반문 후보단일화 원점에서”

‘자강론 우선’ 못박아

영남·보수표 흡수 자신감

단일화 앞서 세 확산 주력



한겨레

유승민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마친 뒤 손을 들어인사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8일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1987년에 쓴 박사논문 주제는 국내·해외 기업의 시장진입에 대한 비교분석이었다. 대선 후보군 중 ‘시장 점유율’이 가장 낮은 유 의원으로서는 ‘보수층 재진입’과 ‘중도층 신규진입’에 나서기에 앞서,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에 최대한 높이는 게 급선무다.

유 의원은 이날 후보로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는 당이 후보와 일심동체가 돼서 지지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 첫번째 과제”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 관련 질문이 계속 나오자,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서 단일화에 목을 맬 생각은 전혀 없다. 두 당과의 단일화는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자강’이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선 기간에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던 유 의원은 이날 “국정농단에 책임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서 권력을 누린 ‘진박’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확실히 하고, 개혁적 보수의 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한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자유한국당 유력 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서도 “재판 중인 홍 지사의 출마는 이해가 안 된다. 저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당론으로 반대하는 당이고, 박지원 대표는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적 있는 분”이라며 “안보관과 대북관에 문제가 있는 정당이라 이에 대해 분명히 하지 않고 단일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이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모두에게 거리를 둔 것은, 지지율에서 앞서는 홍준표 지사나 안철수 전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면서,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서는 후보 선출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효과’를 살려나가고, 다음주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난 뒤 낙마자들에 쏠렸던 중도보수 표심을 끌어와야 한다. 최근 유 의원 쪽이 전문가들에게 낮은 지지율의 원인을 물었더니, ‘유승민=대통령 후보’라는 연결고리가 매우 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유승민 캠프 관계자는 “학자같은 이미지의 유 의원이 정책·공약에는 강하지만 외연을 확장하는 정치에는 약한 측면이 있다. 판을 꾸리고 사람을 조직하고 민심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이나 유 후보 쪽에서도 4월로 넘어가면 단일화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민 캠프 관계자는 “티케이(대구·경북) 출신이지만 지역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유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다른 정치 성향이나 중도층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승민-홍준표만 놓고 여론조사를 할 경우 유승민이 이긴다. 그렇게 되면 영남 보수표도 결국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게 될 경우, 유 의원에게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내 강경친박들이 청산되지 않으면 유 의원이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먼저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영남에는 문재인 지지보다 문재인 집권은 안 된다는 거부 정서가 세다. 반문 단일화를 ‘영호남 통합’ 메시지로 전달한다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의 상대로) 반기문, 황교안, 안철수, 안희정, 홍준표까지 나올 사람 다 나왔다. 이제 마지막 타석에 유승민이 딱 들어섰다. 지금부터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겠다.” 유 후보는 이날 선출대회 정견발표에서 26년 전 동네야구에서 8회말 역전 투런홈런을 쳤고 그 공을 아직도 갖고 있다고 했다. 대선이라는 가장 큰 게임의 타석에 서려면 주전 자리부터 확보해야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페이스북] [카카오톡]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