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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국방부 대변인도 몰랐던 ‘채상병 순직 수사’ 브리핑 취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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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1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해병대사관 81기 동기회 주최로 열린 정의의 해병대 국토종주 행군 및 채상병 진상규명 특검 요구 집회에서 한 참가자의 가방에 손팻말이 꽂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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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을 조사하면서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가 갑작스레 취소된 지난해 7월31일 실체 규명에 관심이 쏠린다. ‘브리핑 취소’는 이 사건 처리 과정이 돌연 흔들리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이 실장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 보고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 등의 내용을 담아 경찰로 사건을 넘기겠다’고 보고했다. 이 장관은 결재했다. 이 실장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장관 결재까지 받았기 때문에 해병대는 31일 언론 브리핑을 하고 국회에도 보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순조롭게 흘러가던 과정은 31일 정오를 기점으로 급격히 흔들렸다.



대통령실 안보실에 파견 근무 중이던 김형래 대령은 31일 오전 7시께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에게 이날 예정된 해병대의 언론브리핑 자료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오전 11시께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외교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다. 오전 11시45분께 이종섭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걸려온 유선 전화를 받았다. 오전 11시57분께 이 장관은 박진희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전화기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실장은 낮 12시께 김 사령관의 전화를 받았다. ‘국방부 장관 지시이니 언론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취소하라’(이 실장 재판 증언)는 지시였다. 2분뒤 박정훈 대령도 김 사령관에게서 같은 지시를 받았다. 사흘 전부터 일정이 예고됐던 브리핑이었다.



박 대령은 지시에 따라 부대에 복귀했다. 박 대령 쪽은 “김 사령관에게 브리핑 취소 이유를 묻자 ‘브이아이피(VIP)가 격노했다’고 했다. ‘정말 브이아이피(VIP)가 맞나’라고 묻자, 김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주장한다. 31일은 윤 대통령의 ‘격노’가 사건 이첩 보류와 언론 브리핑 중단, 사건 기록 회수 및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한 ‘묻지마’ 재검토 지시 등으로 이어졌다는 이 사건 외압 의혹의 출발점이다.



국방부 대변인도 당일 브리핑 취소 사실을 몰랐다는 점, 해병대의 브리핑 취소 사유가 계속 바뀌었던 점도 31일 대통령실의 관여를 방증하는 정황으로 꼽힌다. 이윤세 실장은 지난 3월 박 대령 재판에 나와 ‘브리핑 취소 지시를 받고 국방부 대변인에게 연락했는데, 취소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해병대는 “보강수사가 필요하다”,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이 크다” 등의 이유를 들었으나, 국방부는 ‘피의사실 공표 때문이라는 해병대 설명은 잘못됐고,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취소했다’고 정정하는 등 혼선은 계속됐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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