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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화학사고, 시민·지자체·기업이 함께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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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대응 조례’ 제정 참여…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

경향신문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대형 화학사고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며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협력 대비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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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사고는 공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도시들도 화학사고에서 자유롭지 않은 곳이 많은데, 시민사회와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안전한 동네를 만들 수 있습니다.”

2014년 10월 수원 원천리천에서 물고기 1만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지난해 경기 수원시에서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를 구축하는 데 참여한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2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민·관·산 협력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년여 전 물고기 집단 폐사 직전의 징조는 있었다. 삼성전자 내 중수도처리시설 공사 중 누수가 발생해 저장조에 담겨있던 재이용수가 방류됐고, 환경단체 조사결과 유독물질이 확인됐다. 사건 은폐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관 합동조사단까지 구성됐지만, 조사 결과는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을 제안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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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환경부가 광명역KTX 회의실에서 지자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설명회 모습.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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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선 시민단체에 거부감을 느껴 공무원만 입회 조사를 허용했고, 관련 규정이나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단체·지자체·기업의 엇박자로 완전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들의 ‘삼박자’만 맞으면 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원천리천 사고의 교훈은 조례 제정을 통한 공동 사고 대비체계 구축으로 이어졌다. 김신범 실장은 “시민단체들은 사고가 재발했을 때 조사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걱정했고, 공무원들은 관련 규정 미비로 인한 한계를 느꼈다”며 “기업도 사고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시민단체·수원시가 함께 참여하면 주민들의 신뢰를 쌓기 좋은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 실장은 “가장 큰 문제는 ‘두려움’이었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은 화학물질 규모가 드러나면 주민들의 불안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시민단체는 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와 시의회가 양자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커다란 산업단지가 없는 수원은 아파트 단지가 많은 신도시로 각인되어 있지만 화학사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도시 외곽에 주민 거주지역이 없다가 도시가 확대되면서 점차 공장 주변으로 주거지역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도시화 과정을 생각하면 다른 도시도 화학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역대비체계가 구축되면 화학사고의 위험성이 줄어들게 된다. 사업장의 화학물질 평가를 해서 위험등급을 매기고,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비상계획을 세워서 피난 장소를 지정한다. 김 실장은 “예를 들어 사고에 취약한 독거노인,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려면 버스회사나 지하철의 협조가 필요한데 사전에 논의해 방송과 대피과정을 일일이 준비한다”면서 “사고 위험을 최대한 낮추고, 사고가 나더라도 한 명이라도 덜 죽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책은 민·관·산이 머리를 맞대고 지난해 3월 내놓은 ‘수원시 화학사고 대응 및 지역사회 알 권리 조례’에 따라 세워졌다. 환경부는 수원시의 사례를 바탕으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례 제정과 거버넌스 구축을 지원하는 ‘화학사고 지역대비체계 사업’을 오는 31일까지 공모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담당자나 시장이 바뀌면 사업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조례는 소중한 시민 참여 사업을 견인할 수 있는 시민들의 소중한 무기”라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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