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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송파 세모녀의 비극 없도록…2022년까지 `2단계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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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건보료 개편 왜 하나 ◆

내년 7월부터 바뀌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사실 늦은 감이 있다. 고액 재산가는 직장인 자녀 혹은 형제·자매의 피부양자로 등록하거나 위장 취업 및 창업으로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른바 '위장 창업'이라는 편법으로 한때 건보료를 대폭 감면받았다.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시가 175억원 상당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건보료를 월 100만원 이상 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소유한 빌딩의 소규모 건설관리회사를 창업하고 대표이사로 등재해 직장가입자로서 월 2만원 안팎만 냈다.

반면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이 전 대통령과 상반되는 사례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지하 단칸방에서 세 모녀가 연탄불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벌어졌다. 월세 50만원짜리 단칸방을 가졌고 소득은 전혀 없었는데, 건보의 평가소득 기준에 따라 월소득 150만원으로 계산돼 월 4만8000원의 건보료를 내야 했다. 결국 그들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반성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건보료 개편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소득·재산과 건보료의 불균형 사례들은 그만큼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가 불합리했다는 방증이다.

현행 건보 체계는 이른바 평가소득이라는 것을 통해 예상 소득을 산출한다. 지역가입자의 성별, 연령, 재산, 자동차, 소득 등을 조합해 얼마나 소득을 거두고 있는지 추정해 건보료를 매기는 것이다. 이는 2000년 직장과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건강보험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도입한 제도였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워낙 파악이 안 되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재산과 자동차뿐만 아니라 성별과 연령까지 방정식에 넣어 소득을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2000년 당시와 비교해 경제 구조와 규모가 급변한 상황에서 지역가입자 소득을 추정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도식적이어서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건보 체계를 왜 그동안 바꾸지 못하고 있었을까.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저소득층 주거 문제가 꼽힌다. 도시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가운데 상당수는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월세방에서 산다. 만약 집주인이 건보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월세를 올려야 한다고 하면 고스란히 저소득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장기임대주택 보급률이 5.9%에 그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5%의 절반에 그친다. 결국 주택복지의 미비가 건보료 인상의 장애물로 작용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많은 은퇴자가 국민연금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가입률은 65세 이상 노인이 36.4%에 그쳤다. 연금 소득이 없는 가운데 월세로 생활하는 노년층에게 건보료를 새롭게 부담하면 그만큼 이들의 생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복지팀 간사는 "건보료 개편은 누구를 줄이면 누구를 올리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증세 정책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동안 정부가 건보 개편을 공언하고도 미뤘던 것은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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