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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중국의 보복이 사드 해법을 더 꼬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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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작은 나라도 지켜야 하는 국격(国格)은 있다

지난해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의 각종 제재 조치와 반한 감정 표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행 관광객 제한, 한국 제품 불매, 한국 문화상품 배척, 관련 기업 영업 중지 등 연이은 보복성 조치에 더해서, 삐뚤어진 애국심이나 민족주의의 뒤에 숨어 한국과 한국인을 모욕하는 일부 중국인의 행위까지 전해지며 한국인의 반중 감정 역시 높아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라 했던 한중 관계가 무색하게 변해버린 상황이다.

중국과 관련한 분야에 있기에 각종 관련 보도나 시론을 많이 접하고 있는데, 근래에 이를 살펴보며 느끼는 감정은 복잡하다. 필자는 중국 정치, 역사, 문화 등에 매력을 느끼고 중국을 공부하기로 결정했으며,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을 중국에서 보냈다.

그간 크고 작은 문제나 좌절이 있었지만,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일은 확실히 묘하게 가슴 한구석을 시리게 만든다. 그간에 묻혀있던 기억과 생각들이 다시금 떠오르게 되었다.

중국과 중국인이 마음의 기저에서 약소한 이웃들을 어떻게 바라보나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한국은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강력한 대국도 아니고, 타인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 없는 무결점 강국도 아니다. 그리고 종국엔 자신의 발전에 유익한 것이기 때문에 주변의 조언과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의 기본 전제는 한국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는 중국도 항상 강조하는 원칙이다.

중국이 약소한 이웃을 대하는 태도는

요새 중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한국을 허약한 옆집 동생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자신의 말을 잘 들을 때는 먹을 것이나 용돈을 주며 예뻐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면 때리거나 괴롭혀도 되는 대상 혹은 그가 반격한다 해도 가려운 수준의 약골에 불과한 존재 아니냐는 것이다. 선정적 언론과 들끓는 여론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발언과 논조를 깊이 보면 기저에 한국은 쉽게 흔들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은 강대국 위주로 세계를 해석하고, 그 사고에 근거해 주변의 약소한 국가를 바라보며 필요에 따라서 다르게 대우한다. 예를 들면 필리핀이 지금 같이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 각종 혜택을 주지만,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쉽게 징벌이 가능한 존재로 간주한다.

실제로 중국은 필리핀과 갈등이 첨예했던 시기에 바나나의 수입을 금지했고, 홍콩 모 대학 교수는 시사 토론 방송에서 필리핀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한 방에 없앨 수 있는 국가라 호언장담했다.

한중간 오해와 갈등이 심하고 때로는 서로가 감정적 대응에 얼굴을 붉히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현실과 괴리된 애국주의 정서를 부추기려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으며, 양측이 감정에 따라서 섣불리 부딪힐 경우에 한국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21세기 한국은 독립된 국가로 자신의 존엄과 정체성 그리고 이익을 가지고 있기에 상응한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압박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필자는 한국의 사드 배치와 그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 혹은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향후 한국 경제가 입을 피해가 어느 정도가 될지 등은 관련 전문가들 역시 결론짓지 못한 상황이며, 이미 수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다루고 있기에 다시 반복할 생각은 없다.

다만 중국이 각종 압박과 보복 조치를 통해서 한국 내 갈등을 부추기며 중대한 국가적 결정을 되돌리게 만들 수 있다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할 이유가 있듯이 한국이 그것을 결정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대응은 또한 분명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말처럼 사드 배치가 한국 정부의 어리석은 결정이라 하더라도 이를 책임지고 되돌리는 것은 중국의 압박이나 협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국 내부 자체의 논의와 결정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현재는 노골적 선동에 서로가 감정적 상태로 치달아 사드란 본래의 주제와 갈등의 본질은 오히려 뒤로 밀린 상태이다.

최근에 관련 보도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나, 근래에 중국이 하는 행동을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나아가 중국의 압박에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가속화 하거나 한미 동맹 강화라는 길로 더 나아가는 것 혹은 중국이 무역 보복을 일삼는 국가란 이미지를 얻는 것, 그 어느 것도 중국이 원하는 결과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주의가 필요한 사실은 향후 사드 운용에 변화, 추가적 배치, MD 체계 참여 등 여전히 많은 중대한 선택이 한국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작은 나라도 국격(国格)은 있다

천안문 사태로 중국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제재에 시달릴 당시에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과거를 마무리 지으려면 미국이 주동적이어야 하고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이 강자이고 중국은 약자이며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빌기를 바라나? 그럴 수는 없다. (중략) 중국이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설 곳을 잃게 되고, 국격(国格)을 잃는다면, 이는 큰일이다. 어떤 지도자든 이 문제를 잘못하면 반드시 무너지고, 중국인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중국을 압박해 태도나 결정을 바꾸게 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상술한 국격과 존엄에 관한 다짐이 강대국 중국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작은 나라도 지켜야 하는 국격(国格)이 있다.

현재의 충격과 고통을 애써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한국에 매우 중요한 국가란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자신을 한국의 유일한 구명줄이라 생각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되고, 지나친 압박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언론이 말하듯 한국은 그들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나라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간 한국이 중국의 개방과 고속 성장에 기대 큰 혜택을 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중국에 대한 의존이 높아져 우리가 그들의 손에 중요한 카드를 쥐어준 것도 사실이다. 근래에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어도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개혁과 혁신을 앞당겨 같은 카드에 또 다시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자 :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게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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