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사설]법과 원칙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결정이 너무 늦어지면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를 살 수 있다. 통상 피의자 소환은 수사의 마지막 단계에 이뤄지고, 소환 조사 뒤 2~3일 안에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가 결정된다. 박 전 대통령이 일반인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검찰이 그를 특별 대우할 이유는 없다.

일부 친박세력은 도주 우려가 없으므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라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같은 재벌 총수나 고위 공직자처럼 신분이 확실하고 주거지가 일정한 사람은 죄를 저질러도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 친박세력은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인한 국격 훼손을 우려한다. 하지만 비리를 저지른 대통령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대통령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헌법 절차에 따라 파면되고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다. 평화적으로 비리 정권을 퇴출시킨 한국의 촛불집회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무엇보다 특검과 검찰 수사에서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 강요 등의 범죄 증거가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 검찰에 출석해서도 모든 책임을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피해자라고 강변했다. 게다가 안 전 수석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 등 그의 지시를 받아 범죄를 저지른 부하들은 이미 구속됐다. 종범이 구속됐는데 주범을 구속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헌재의 파면 결정도 승복하지 않고 지금껏 진심어린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

파면 이후 일반인 신분임에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나친 예우를 해줬다. 자택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그에게 굳이 신문 과정을 녹화해도 되느냐고 물었다가 거절당하자 녹화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앞으로 다른 범죄자들도 이런 식으로 조사할 것인지 묻고 싶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검찰은 그를 구속한 뒤 최씨나 안 전 수석 등과의 대질 등 강도 높은 수사로 한 점 의혹 없이 ‘박근혜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