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호불호 갈리는 '미녀와 야수', 그럼에도 봐야하는 이유 [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디즈니 최초 실사판 영화인 '미녀와 야수'가 지난 16일 국내에 개봉하였다. '미녀와 야수'는 '겨울왕국'을 제치고, 디즈니 영화 중 최단시간에 100만 명 관객을 모았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단기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미녀와 야수'에 대해 집중 분석해보았다.

두 사람 다 '미녀와 야수'를 보았을 것이다. 단기간에 이정도로 반응이 좋았을 것이라 예상했는가?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지금 2,30대 연령대라면 과거 1991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선보였던 '미녀와 야수'를 누구나 한 번쯤 보았기 때문에, 20여 년이 지나 이를 그대로 실사화한 영화를 당연히 보러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100만 명 이상이 볼 것까진 생각지 못했다. 지난 4일에 있던 시사회에서 '미녀와 야수'를 본 감상평을 이야기해본다면, "국내에서 반응이 상당히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실사판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뮤지컬 요소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노래로 심금을 울리니, 사람들이 영화관을 나오고 나서도 '미녀와 야수'에 헤어나오질 못한다. 양 기자가 지금 그렇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솔직한 이야기로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애니메이션에선 없었던 장면인데, '가재도구'들이 서로 이름을 불러주면서 작별을 하는 부분 때문이었다. 아무튼, 흥행 이야기를 하자면, 3월이 전통적으로 비수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날이 따뜻해져서 나들이하기에도 좋고, 신학기로 인해 정신도 없어진다. 그런데도 이 작품이 잘 된 이유는 아무래도 전체 이용가 영화의 부재도 있을 것 같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디즈니 채널'을 켜보니 시종일관 '미녀와 야수'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가 지금 없다는 점도 흥행에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녀와 야수'가 실사영화로 넘어오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ㄴ 석 : 미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아무래도 강점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도, 개봉되기 훨씬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던 '벨'역에 엠마 왓슨이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든 이들이 '과연 그녀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며 반신반의 했었다. 엠마 왓슨이 하나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장르 영화에 출연했지만, '헤르미온느' 이미지를 지워내는 데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을 맡으면서, 이번에야말로 질척거리면서 붙어다녔던 '헤르미온느'로부터 해방되었다. 외모, 말투, 행동, 의상, 그의 모든 것이 '벨' 그 자체였다.

명품 조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신스틸러급 존재감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개스톤' 역을 맡은 루크 에반스의 연기력을 높게 사고 싶다. 루크 에반스는 그동안 헐리우드 여려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가 이전에 맡았던 배역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조금 아쉬웠다. 루크 에반스의 매력을 100% 살려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미녀와 야수'에선 가장 두드러질 정도로 눈에 띄었다. 원작보다 더 악랄하며 능구렁이같은 '개스톤'을 선보이며, 과거 뮤지컬 배우로서 쌓아왔던 내공을 '개스톤'의 눈과 입을 빌려 폭발시켰다. 이제 더 이상 대중들이 '올랜드 블룸과 닮은 꼴 배우'로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 :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서 디즈니가 '미녀와 야수'를 실사로 부활시키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작품을 보기 하루 전에 애니메이션을 다시 살펴봤다. 영화를 보니 많은 것이 달라졌었다. 누군가는 '개스톤'이 자기 자랑을 하며, 달걀을 먹는 장면이 빠졌다며 우스개를 칠 수 있겠지만. 처음 '벨'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등장하는 '피에르 로버트(레이 피어론)'는 백인이 아니라 흑인으로 나온다. 사실 이 역할은 그저 노래 부를 때 '벨'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을 보여주고자 나오는 '들러리'였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개스톤'이 "'야수'를 죽이자"며 마을 주민을 선동하는 장면에서, '피에르 로버트'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만 본다. 흑인 역시 겉모습으로 인해 차별을 받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재도구들의 일부 캐스트가 백인이 아닌 흑인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흑인 여성'과 '백인 남성'이 서로 껴안는 마지막 장면은 묘한 감동을 준다. 이달 초 흑인 여성, 백인 남성의 결혼 합법화 투쟁을 다룬 영화 '러빙'이 개봉했는데, 불과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이야기였다. '콕스워스'를 연기한 이안 맥켈런이 "다시 시계로 돌아갈래"하는 장면에서 웃는 관객이 많았다. 단순히 부인의 외모를 보고 말한 대사가 아닌, 그가 실제로 '게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웃음의 포인트가 달라질 수 있기에 재밌는 대목이었다. 전체 이용가 영화에 자연스럽게 이러한 장면을 넣은 디즈니의 시도는 당연하면서도 놀라웠다.

두 사람의 호평을 잘 알겠다. 하지만 '미녀와 야수'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신들의 의견은?
ㄴ 석 : 자고로, 영화는 수학공식이 아니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이번 '미녀와 야수'에 대한 혹평도 봤으며, 혹평한 이들의 설명(애니메이션 줄거리를 너무 그대로 답습했다, 뻔한 공식을 사용했다는 등) 또한 읽어보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문제는, 저마다 느낀 감정을 두고 '내가 맞다, 네가 맞다'식으로 팽팽한 의견대립이 과열양상을 불러일으킬 때다. 중대사안도 아닌데 사람들이 지나치게 감정소모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문화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 : '디즈니 르네상스'를 이끈 영화들이 '라이브 액션'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므로, 그 당시 어린 시절을 보낸 현재 20~30대의 돈을 긁어모으는 전략을 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렇게 보면 당연히 비판적으로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재탕하더라도, 당시의 미흡했던 설정 묘사를 답습하지 않고 현재의 시대상에 맞춰 변주한다면, 오히려 이런 '라이브 액션' 시도에 찬성한다. 지난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준 '정글북'이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단순히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시각효과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녀와 야수'의 총평을 남긴다면?
석 : ★★★★ / 애니메이션 시절을 그대로 구현, 아니 그 이상으로 살려냈다. 엠마 왓슨을 오랫동안 따라다니던 '헤르미온느' 이미지가 '벨'을 통해서 이제 지워진다.
양 : ★★★★ / 영화는 그 시대의 거울이다. 그 거울을 보라. 선동하는 이 옆에서 묵묵하게 그들을 쳐다보는 한 사람을 보라. 이름을 불러주며 최후를 준비하는 이들을 보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행복을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들을 보라.

[양기자의 씨네픽업] '미녀와 야수'에 관한 10가지 잡지식 ⓒ 시네마피아

syrano@munhwanews.com

<저작권자 Copyright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