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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왁자지껄 이 뉴스] "송인서적 부도로 피해… 서울시가 돕는다더니 우리 책 11권 산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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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큰 중소출판사 책 구입 미미… 일부 베스트셀러에 구매 몰려

"내달 예산 1억 추가 투입할 것"

"송인서적 부도로 수천만원대 피해를 입었는데 피해 업체를 도와준다면서 책 11권을 사겠다는 거예요. 매출 12만원, 수익은 3만~4만원 정도겠네요. 안 그래도 잘 팔리는 설민석 책은 수백 권씩 사준다면서요. 모욕감이 느껴집니다."(출판사 우리학교 홍지연 대표)

서울시가 최근 송인서적 부도 피해 업체 도서 4억2000만원어치를 구매했지만 중소 규모 출판사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모양이 됐다. 베스트셀러로 이름난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휴먼큐브) 275부, '미움받을 용기 1·2'(인플루엔셜) 268부 등 그러잖아도 잘 팔리는 출판사 책은 많이 사들이고, 반대로 정작 타격이 컸던 중소 규모 출판사 책 구입은 미미했기 때문.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부잣집 담벼락에 남은 흙 씻어내려고 전체 구호품 생수의 절반을 들이붓고, 목 타 죽겠는 가난한 출판사에는 1.5ℓ 생수 하나 나눠주고 끝낸 셈"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국내 2위 서적 도매점 송인서적이 지난 1월 부도를 낸 뒤 창고에 쌓여 있는 책들.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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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송인서적 부도 직후였던 지난 1월 총 13억원 규모의 출판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집행된 예산은 그중 4억2000만원. 서울시청과 산하 기관의 사무관리비 등을 활용해 직원들이 직접 피해 출판사 책을 고르도록 했다. 이렇게 약 2만6000권을 주문했다.

문제는 이 방식을 취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은 출판사가 훨씬 더 큰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다. 시 공무원들이 유명 도서 위주로 책을 고르다 보니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출판계는 서울시에 특정 도서로 지원이 편중될 수 있다며 피해가 큰 출판사 위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 달라고 했다. 서울시는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며 피해 업체 전체에 문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그 결과, 지원을 신청한 1200개 출판사의 80%가 혜택을 받았지만 판매량 자체는 대부분 10부 내외였다.

서울시가 선의(善意)를 가지고 지자체 중 처음으로 출판계 지원에 나섰지만 진행 방식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출판계 인사는 "문체부가 진행한 '도깨비 책방'은 도서선정위원회를 꾸려 기존 판매량, 피해액, 발간 연도 등을 고려해 461개 출판사 468종 책만 팔아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는 평이었다"며 "서울시는 1200개 출판사 6000여 종의 책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에 예산 1억원을 투입해 이번에 구매하지 못했던 출판사 책을 추가 구매하고 독서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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