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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결혼 42년만에 최저…황혼이혼은 꾸준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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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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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혼인한 부부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30만쌍을 밑돌았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한 부부는 28만1600쌍으로 1년 전보다 2만1200건 감소했다. 이는 1974년 25만9600건을 기록한 이래 최저치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도 지난해 5.5건으로 역대 최저치였던 2015년 통계(5.9건)를 갈아치웠다

혼인 감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인구구조상 가장 결혼을 많이 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인구가 줄어든 게 컸다. 이 연령대 인구는 1년 전보다 17만명 감소했다. 남자가 2.1%, 여자가 2.7% 정도 줄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1979~1982년생이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새로 결혼 적령기를 맞은 1983년 이후 출생자들은 출산율이 2.1명 아래로 뚝 떨어진 저출산 세대다. 30대 초반까지의 주 결혼 연령층 인구 규모 자체가 축소돼 혼인건수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용·주거 불안 등 경제적인 요인도 혼인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고용 여건이 악화되다 보니 젊은 층이 결혼을 꺼리게 됐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1만1600명 증가하는 등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마저 확인되기도 했다. 여기에 청년층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게 형성된 주거 비용은 결혼에 또 다른 장애가 되고 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은 독립된 생계가 전제돼야 하는데 최근 혼인 적령기에 들어선 연령층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혼인 건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결혼을 하더라도 늦게 하는 추세가 더 심해져 지난해 남녀의 초혼 연령은 전년 대비 각각 0.2세, 0.1세 오른 32.8세, 30.1세였다. 지난 10년간 추이를 보면 혼인 건수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떨어지다가 2010년, 2011년 잠시 오름세로 반전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다시 5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혼인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한몫했다. 2016년 통계청 사회동향에 따르면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견해를 가진 만 15세 이상 남성이 34.4%, 여성은 43.0%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것이다.

이와 함께 작년에는 이혼도 줄었다. 2016년 이혼은 10만7300건으로 전년보다 1800건(1.7%) 감소했다. '조이혼율(1000명당 이혼 건수)'도 2.1건이었다. 이혼 건수와 조이혼율 모두 1997년 이후 최저였다. 이혼은 결혼의 종속변수다. 혼인과 이혼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데, 2012년부터 혼인 건수가 내리막에 접어들면서 덩달아 이혼도 줄고 있다.

전체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황혼 이혼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혼인 기간별로 모든 층에서 줄었지만 25~29년, 30년을 넘은 부부들의 이혼만 각각 1.7%, 3.6% 늘었다.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은 30.4%로 가장 큰 비중을 자치했다. 황혼 이혼의 증가는 생애 전환기와 관련이 있다. 이지연 통계청 과장은 "결혼 기간이 25~30년을 넘기면 남자가 은퇴하는 시기가 되고, 부부 입장에서는 미성년 자녀가 떠나가 '빈 둥지' 가구가 된다"며 "집안의 미성년 자녀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되는데, 이게 희박해지면서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혼 이혼 다음으로는 신혼 이혼(혼인 지속 기간 4년 이하)의 비중이 크다.

이 밖에 지난해 가장 이혼이 많았던 달은 1만건을 기록한 11월이었다. 나머지 달은 8000~9000건대였다. 반면 혼인은 12월에 2만8400건으로 가장 많았다. 12월에 결혼을 많이 했다기보다 혼인 신고를 미뤘던 부부들이 연말에 몰렸기 때문이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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