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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명박의 4대강사업은 민주주의 파괴, 권력 남용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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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4대강사업 반대해온 대표적 활동가 4명 처음 한자리에…

“책임자 반드시 처벌하고, 단계적이고 신중한 해결 필요”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다.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4대강사업은 물의 뿌리를 파헤치고 뒤집어놓았다. 강 자체가 생명의 전체였던 수중생물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강에 의지해 삶을 일구던 농민들이 쫓겨났다. 한반도에서 인간이 자연에 가한 최대의 폭력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강에는 ‘녹조라테’가 가득하고, 호수에서나 발견되던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친수공간’은 방치된 채 풀숲으로 변하고 있다.

<한겨레21>은 독자에게 파괴된 자연의 실상을 전하고 회복의 대안을 전하려고 했다. 4대강사업 당시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서 정부의 폭압적인 삽날에 맞서 투쟁한 활동가들을 처음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이들이어서, 시간과 장소를 맞추는 게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모두 <한겨레21>의 기획 취지에 공감해주었다. 4대강 유역 곳곳을 다니며 생명 파괴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온 박용훈 사진가를 만나 우리가 되찾아야 할 자연이 무엇인지 되새길 수 있는 사진들을 부탁해 싣는다.

금강하굿둑 공사와 4대강사업, 두 차례 국가에 의해 강을 빼앗긴 전북 익산 성당포구마을 안상일씨의 사연을 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마을이 파산기업”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들은 주저앉지 않고 마을을 되살리고 있다. 촛불 민심의 주체적 역량이 비열한 구체제의 상징을 몰아냈듯, 국가권력과 독립적으로 시민의 의지가 소중하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짧게나마 주요 대선 후보들의 4대강사업 공약도 점검했다. <한겨레21>은 환경단체들과 더불어 4대강사업의 폐해 극복과 대안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할 참이다.

취재 전진식 기자, 편집 송채경화 기자, 디자인 장광석


한겨레21

3월13일 대전 중구 대전환경운동연합 앞에서 나란히 선 4대강사업 반대 활동가들. 왼쪽부터 이항진, 최지현, 정수근,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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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공식적으로 2009년 7월~2011년 10월 진행됐다. 22조2천억원이 이 사업에 쓰였다. 환경단체들은 이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수질 개선, 가뭄·홍수 예방, 친수공간 조성 등 사업 목적 자체가 허구로 드러난 지 오래다.

강에는 해마다 녹조가 창궐하고, 16개 보에 가로막혀 거대한 호수가 된 곳에 큰빗이끼벌레가 터를 잡았다. 5800억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둘러싸고 주민공동체 파괴가 속출했고 심지어 자살하는 농민들도 있었다. 외딴 강변에 조성된 자전거길·생태공원 등은 제대로 된 관리조차 어려워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1석7조의 다목적사업’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홍보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4대강사업의 허구성과 반생명성을 지적하며 지속적인 반대에 나선 사람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활동가 4명이 3월13일 대전시 중구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 모였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서 지금도 4대강사업의 피해를 고발하고 재자연화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다. 이들 4명이 한자리에 모여 4대강사업의 전말을 이야기한 것은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에서는 이항진(52) 경기도 여주시의회 의원(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낙동강에서는 정수근(45)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금강에서는 김종술(51)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영산강에서는 최지현(45)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반갑게 웃으며 시작한 말들은 이내 심각해졌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대화의 열쇳말은 ‘민주주의 회복, 책임자 처벌, 생명과 인간’이다.

민주주의 회복, 책임자 처벌 절실

김종술  2009년 겨울,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물고기들이 떼죽음했다. 세종시에서 충남 공주시까지 30km에 걸쳐 기름 유출 사고도 났다. 차를 몰고 강을 따라가는데 눈이 따가워서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게 기름 4.5ℓ유출이었다. 그런 식의 터무니없는 조작이 수도 없었다.

정부는 모든 잘못이 자치단체와 한국수자원공사 때문이라며 떠넘겼다. 당시 금강에서는 국토해양부 산하로 환경부를 편입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충남 부여는 사업 전 방울토마토와 수박 생산량이 전국 1위였다. 경작지로 이용되던 하천부지를 일시에 빼앗겨 방울토마토는 7위, 수박은 5위로 떨어졌다. 당연히 가격 폭등이 뒤따랐다.

이항진  이명박 정권이 제일 먼저 꺼낸 운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왜 했을까. 일본 같은 경우 자민당 정권을 말할 때 ‘토건 마피아 정권’이라고 한다. 토건세력이 자본을 만들어내고 그 자본에 의해 정권을 이어가는 순환고리다. 이전 정권들도 토건사업을 통해 정치자금과 세력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토건에서 가장 전문가인 이명박 정권이 탄생한 거다. 본인 스스로 못 하나의 가격까지 알 정도로 ‘선수’가 들어온 거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하면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조직적 범위다. 돈도 만들어내고 동시에 이해관계 있는 집단들을 엮어내는 것, 꿩 먹고 알 먹는 거였다. 정권 내부적인 목표 아니었을까.

정수근  하천부지는 본래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다. 자연을 위한 공간이다. 그걸 인간이 점령해서 사용한 거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농사짓는 농민들이 쫓겨났다고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보상이 뒤따랐어야 하는데 미흡했다. 둔치를 자연계로 되돌려줬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농민들 내쫓고 난 자리를 공원, 심지어 수영장이나 오토캠핑장으로 전환했다. 최근 칠곡보에는 둔치에 수영장을 만들어 수돗물로 채워버렸다.

최지현  물을 살리고 홍수 예방, 가뭄 대책, 수질 개선, 지역경제 등 거대한 목적을 갖고 했는데 정말 그 목적이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정부가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보다는 홍보전에 열을 올렸다. 승촌보 공사 중에도 전시관을 만들어서 4대강사업을 하면 이렇게 달라진다고 홍보했다.

영산강은 다른 강들보다 수질이 나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면 4대강사업 뒤 영산강 수질이 살아나고 홍수 대비가 되었나. 지금도 영산강 주변에는 배수장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다. 기존보다 수위가 높아져 지천에서 들어오는 물이 바로 못 빠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홍수에 더 취약해진 거다. 죽산보와 승촌보에 썩은 흙(오니)이 쌓였다. 영산강에서 100여 명이 어업 허가를 받아서 고기잡이를 하는데 그물을 올리면 죽은 물고기나 썩은 조개만 올라온다.

4대강사업, 자연에 가한 최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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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관련해서 마을공동체가 파괴됐다. ‘불륜 천국‘이란 말까지 나왔다.” -김종술


김종술  무엇보다 주민 피해가 가장 심했다. 인구 7만 명 정도의 부여군에 1천억원 넘는 보상금이 쏟아졌다. 전국의 노름꾼·꽃뱀들이 몰려들었다. 보상금 다 털리고 이혼당하거나, 자살하는 노인도 있었다. 보상금 관련해서 마을공동체가 파괴됐다. ‘불륜 천국’이란 말까지 나왔다. 보상금이 너무 많이 쏟아지면서 군에 술집과 다방이 엄청나게 생겼다. 땅값도 크게 올랐는데 그 모든 매매 행위가 다방에서 이뤄졌다. 지금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 4대강사업 반대를 이야기하면 동네 팔아먹는 놈이라며 입 닫으란 식이다.

이항진  사업을 하려면 내부적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운하 때는 16조원이라면서 국가가 한 푼도 안 들인다고 했다. 4대강사업 하면서는 22조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려면 국가재정법 등을 통해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재난 상황일 경우 재난을 가정해서 법보다 우선한다는 꼼수를 썼다. 공구를 다 쪼개면서 개별 사업이라 했고, 모든 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공사를 강행했다.

4대강사업은 단군 이래 자연에 가한 최대 폭력이다. 그 폭력이 자연과 사람과 사회에 걸쳐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회적 폭력의 경우 법과 제도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정수근  준설을 과도하게 함으로써 수생태계를 망쳐버린 것도 심각하다. 어족 자원이 완전히 궤멸됐다. 어족 자원이 없을뿐더러 씨가 말라서 치어도 살 수 없게 됐다. 수생태계에 심각하고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왜관철도가 공사 중 무너졌다. 100년 넘게 멀쩡하게 버티던 철교가 2011년 6월25일 새벽에 붕괴됐다. 과거 한국전쟁 때도 붕괴된 적이 있던 철교다. ‘낙동강 전투’가 재현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지현  나도 개발의 상징을 체험한 세대다. 어려서 하굿둑과 연륙교로 소풍을 갔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세대가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영산강을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운 물길에 따라 침식과 퇴적이 이뤄지고 다양한 생물이 살며, 물도 얻고 쉬기도 하는 권리를 박탈해버렸다. 큰 죄라고 생각한다.

표심에 움직이지 말고 합리적 분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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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을 놓고 도박질을 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문체부 블랙리스트’처럼 작성하고 억압했다.” -이항진


이항진  4대강사업 추진 세력은 정치, 관료, 학자·전문가 조직이었다. 당시 영산강에 가서 느낀 것인데, 전부 민주당 조직이었다. 4대강사업에 찬성하고 있었다. 찬성 안 하면 예산이 안 내려온다면서. 국가사업에 무조건 반대할 수 없는 지자체의 현실도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새만금 개발사업 때도 이게 마지막 사업이라고 생각했지만 4대강사업이 터졌고 그다음에는 원자력발전소 문제가 있다. 먹는물이나 자연환경 파괴로만 보면 너무 제한적일 수 있다.

최지현  당시 지역 국회의원들은 여의도에 가서는 반대하고 영산강에 와서는 찬성했다.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둑 높이기 사업의 경우, 물그릇을 키워서 담수를 해야 할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곳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낙연 전남지사가 찬성해버렸다. 우리가 공개질의도 하고 직간접적으로도 물었는데, 지역예산 얘기를 했다. 정치권에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대응했더라면 좀 달라졌을 텐데 안타깝다.

이항진  합리적 정책을 결정한다는 건 시민의 입장이나 태도 이전에 이 사업이 가져올 과학적 결론이 우선이다. 결론이 이렇게 나왔다 하더라도 시민이 어떻게 결정할지는 나중 문제인데, 정치적 결정이 끝난 뒤 시민들은 찬성한다고 깔아놓고 곡학아세하는 학자들을 동원했다. 우리나라의 현재 녹조 관리 기준이 세계 기준치보다 10배 정도 높다. 학자들이 무슨 장난질을 쳤는지 알아야 한다. 거대한 대자연을 놓고 장난질과 도박질을 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마치 ‘문체부 블랙리스트’처럼 작성하고 억압했다.

정수근  최근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한다든가 새만금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정치인이라서 표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한다고 본다. 표심에 너무 움직이지 말고 과학적·합리적 분석을 통해 결정했으면 좋겠다.

김종술  그런 문제 다 없앨 수 있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정수근 국장 같은 사람이 환경부 장관을 하면 이런 일은 안 벌어진다.

이항진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는 거다. 우리는 4대강사업에 반대했던 사람들이지만, 각각 처지도 다르고 사업을 바라보는 태도도 다르다. 정치권 등을 포괄하면 얼마나 다양하겠나. 그것을 관통하는 기준, 자연·인간·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내야 한다.

제도적인 건 법률이고 정치적인 건 어떻게 합의할 것인지인데, 이게 붕괴한 것이 4대강사업의 교훈이다. 사회적 합의, 논의 구조를 파괴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한강의 보 수문을 시험 개방하면서 너무 갑자기 물을 빼니까 강의 다슬기가 엄청나게 폐사했다. 날이 추우니 다 얼어죽어서 집단 폐사했다.

김종술  이명박식 펄스(pulse) 방류(시험 방류)인 거다. 보 수문을 한꺼번에 열어버리니까 조개, 다슬기가 다 죽어버린다.

정수근  원래는 자연이 강을 관리했는데, 인간이 관리하다보니 제멋대로 하는 거다. 물은 홍수가 지거나 해도 서서히 불어난다. 인간이 갑자기 수돗물 틀어버리듯이 하니까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최지현  4대강의 보는 독립적으로 있는 구조물이 아니다. 지천도 있고 상류에 댐이 있는 경우도 있다. 펄스 방류로 녹조를 해결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온기'

한겨레21

“‘유역별 통합 물관리’가 시급하다. 지금은 물의 양은 국토부, 보는 수공, 수질은 환경부로 나뉘어 있다.” -정수근


이항진  경기도 여주에서는 군인을 포함해 10여 명이 4대강사업 공사 중 사망했다. 저수지 둑이 무너지고 지류의 다리도 10여 개 무너졌다. 준설 공사하면서 물고기를 다 퍼내기도 했다. 페이로더(굴착기)로 물고기들을 떠서 땅을 파고는 묻어버렸다. 묻다 묻다 남은 물고기들의 썩은내가 진동했다. 그렇게 죽여도 미처 다 못 묻어서 썩은 땅에서 구더기가 나왔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정수근  문수 스님이 2010년 5월31일 4대강사업에 반대하면서 소신공양을 했다. 이분은 낙동강 지류인 위천에서 가까운 절에 있었다. 위천 둑방에 ‘4대강사업 폐기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소식을 듣고 바로 현장에 가보니 둑방에 온기가 남아 있었다. 얼마나 4대강사업의 모순을 직시했으면 자기 몸까지 불살랐을까 생각이 들면서 반드시 되돌려야 할 사업이구나 다시 한번 되새겼다. 스님의 다비식 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오지도 않았고 화환만 보냈다.

최지현  영산강은 좀 혼란스러웠다. 지역 정치인들, 특히 지자체장들은 초기에 다 찬성했다. 4대강사업 반대 싸움에서는 영산강이 취약했다. 그렇지만 환경단체뿐 아니라 먹거리 단체, 청소년 단체가 다 함께 참여했다. 지금 촛불집회 이야기를 하는데, 당시 지역에서 싸우면서 힘이 느껴졌다.

식수원을 만든다며 생긴 댐 때문에 전남 화순으로 이주한 팔순 가까운 어르신이 있었다. 그런데 논에 홍수 조절지를 만든다며 정부에서 또 나가라고 한 거다. 댐 만들 때는 주민 식수원을 위한 나라사업이니까 동의해줬는데, 농사지으려고 정착한 땅에서 또 나가라고 하니 너무 억울하다며 눈물이 그렁그렁하셨다. 사람도 생각하지 않고 자연도 생각하지 않고 지역도 생각하지 않는 사업이었다.

김종술  겉으로 보면 물고기 떼죽음이나 실지렁이, 붉은깔따구 창궐이 문제다. 그건 눈에 보이는 거고 가장 중요한 건 마을공동체 파괴다. 30~50가구가 사는 작은 부락들인데, 집집마다 아이들 이름도 다 알면서, 잘살든 못살든 평생 행복하게 살던 이웃 공동체를 파괴해버린 게 가장 안타깝다. 물고기 죽어서 슬프고 큰빗이끼벌레가 생겨서 슬플 수 있지만, 가장 슬픈 게 공동체 파괴다. 지금도 가끔 주민들이 싸우는 것을 본다.

‘수문 개방 로드맵’ 만들어야

한겨레21

“물대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친수구역 만든다며 벌이는 각종 개발사업을 서둘러 중단해야 한다.” -최지현


이항진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자연적으로 물이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자연성이 이미 파괴됐기 때문에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료사회는 이미 4대강사업의 책임을 물을 것임을 안다. 4대강사업을 유지하려는 정치세력이 적어지자마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정치권을 의식해 또 다른 채비에 나서는 게 시험 방류다. 4대강사업 때문에 가뭄 문제가 계속 커졌다.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도 엄청 심각하다.

정수근  단순히 보 수문을 개방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지하수 수위 하강 문제는 힘들 거다. 준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강바닥이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다. 농사가 힘들어지는 거다. 그것에 대한 대비 없이 수문을 개방했을 때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 하듯이 모래를 다시 채워주거나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낙동강이 엄청 심각하다.

김종술  정부에서 없던 말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하한 수위나 제한 수위는 댐에서 쓰던 용어다. 보 수문 개방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현장에서 밀어붙이는 방식 자체를 중지해야 한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을 포함해서 민관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강에서 계속 활동했던 사람들이 모니터링하고 논의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 통보 방식 때문에 지금 같은 문제가 발생한 거다.

정수근  순차적으로 여러 사항을 고려하면서 수문을 열거나 보를 없애야 한다. ‘수문 개방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제일 상류와 하류에 있는 보는 강에 주는 영향이 적으니 우선적으로 철거할 수 있다고 본다.

김종술  보 수문 개방과 함께 하굿둑도 포함해야 한다.

최지현  영산강은 환경 투자가 미흡한 시절에도 2급수 정도를 유지했다. 자정능력이 있던 강에 상류까지 댐을 만들어 완전히 호수로 만들었다. 겉으론 물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빈약한 강’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처리시설이 있다고 해도 호수화된 강, 정체된 강은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

김종술  결국 민주주의가 파괴됐기 때문에 강이 이렇게 된 거다.

최지현  4대강사업은 가장 반민주적이자 권력 남용을 가장 상징하는 사업이다.

이항진  책임을 묻지 않는 한 4대강사업 같은 일은 반복된다. 수자원공사는 해체돼야 한다고 본다. 책임자 처벌이 끝난 뒤 과학적 연구조사와 대안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최지현  4대강사업과 연계된 부가사업이 굉장히 많다. 도수로 사업도 그렇고, 물 대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친수구역을 만든다며 벌이는 관광레저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도 서둘러 중단해야 한다.

정수근 수자원공사 해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먼저 ‘유역별 통합 물관리’가 시급하다. 지금은 물의 양은 국토부, 보는 수자원공사, 수질은 환경부로 나뉘어 있다.

강은 우리들 생명이자 고향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사업 당시 흐르는 물을 막아 수질 개선을 하겠다는 것은 물론 홍수·가뭄 예방, 친수공간 확보 자체가 허구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을 현혹해서 사기를 쳤다”(김종술)는 것이다. “주목적은 토건을 이용한 경기 부양, 즉 강이 죽거나 말거나 오직 경기 부양만을 위한 것”(이항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강을 온전히 살리려면 단계적이고 신중한 합의와 복원 절차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김종술 시민기자는 “강은 추억이다. 사람들 가슴속에 있는 추억. 어렸을 때 성장하고 도시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가는 고향 같은 곳. 내가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면 슬픈 일”이라고 했다. 이항진 시의원은 “강은 생명의 강이고 어머니의 강이다. 어머니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듯이”라고 말했다.

정수근 국장은 “강을 우리의 젖줄, 혈맥이라고 하는데, 실제 지도를 보면 땅의 핏줄이 많다. 핏줄이 막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최지현 사무처장은 “단순한 말이지만, 강은 모두에게 근원이고 근간이다. 문득 돌아보니 강은 늘 존재하고 있었고 스스로 회복해왔다”고 강조했다.

4대강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생명과 강을 파괴한 ‘완전무결 반면교사’이다. 촛불 민심이 희망하는 ‘새로운 나라’, 강 또한 새 나라에서 숨통을 틔우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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