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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큼지막한 로고… 재기발랄한 디자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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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자취 감췄던 '로고' 부활… 전면 내세워 젊은 이미지 강조

조선일보

로고가 크게 들어간 타미힐피거 데님의 모자. 티셔츠 밑단에도 로고를 넣었다. /타미힐피거 데님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 로고가 도드라진 옷을 입는 건 촌티의 상징이었다. 소위 '명품'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옷과 액세서리를 걸친 사람들은 부(富)는 이뤘으나 안목까지 키우진 못한 졸부쯤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렇게 자취를 감췄던 로고가 돌아오고 있다. 캐주얼·스포츠 의류는 물론이고 도도한 하이 패션 브랜드도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길거리) 패션 브랜드가 협업해 함께 로고를 노출하거나, 아예 패션과 무관한 기업의 로고를 빌려오기도 한다.

프랑스 브랜드 베트멍이 작년 봄·여름 택배회사 DHL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선보인 건 열풍의 전주곡이었다. 일약 화제에 오른 이 티셔츠를 미처 구하지 못했거나 330달러(약 37만원)라는 정가가 부담스러웠던 이들이 인터넷에서 2만~3만원쯤 하는 진짜 DHL 유니폼을 찾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도 펩시콜라 로고를 넣은 의류와 신발, 모자 등을 선보였다. 'pepsi'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적힌 것은 물론, 색상도 펩시 로고에 쓰이는 빨강·파랑을 주로 사용했다.

분위기를 새롭게 하고 주목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로고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캘빈 클라인은 올해 초 브랜드 로고를 바꿨다. 기존 'Calvin Klein' 로고를 모두 대문자인 'CALVIN KLEIN'으로 바꾸면서 "기본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디올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도 기존 'Dior' 로고를 대문자 'DIOR'로 바꿔 올봄·여름 제품에 적극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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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슈퍼주니어-M’ 멤버 헨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발렌시아가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썼다. /헨리 인스타그램


로고의 부활은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역사와 전통을 강조해온 하이 패션 회사들이 캐주얼 브랜드 로고에 함축된 젊고 혁신적이고 재기 발랄한 이미지를 빌려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캐주얼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한 루이뷔통의 올가을·겨울 컬렉션이다. 분명 루이뷔통 백팩인데도 슈프림 로고는 크고 선명하게, 루이뷔통 로고는 구석에 작게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로고의 부활은 199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풍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1990년대는 스포츠 브랜드가 유행하면서 로고가 디자인 요소로 자주 쓰였던 시기다. 길거리 패션 분위기를 녹여내는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는 올봄·여름 휠라 로고를 내세웠고, 가을·겨울 시즌엔 아디다스의 삼선(三線) 로고로 패션쇼 무대를 가득 채웠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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