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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VIEW POINT] 한국 회계투명성 대수술, 이러다 골든타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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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1년, 2013년에 이어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국회 공청회만 벌써 세 번째다. 이쯤 되면 개선 방안을 모르는 게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관심이 커진 현재 시점에서 법 개정을 해내지 못하면 몇 년 후 이 자리에서 똑같은 공청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최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한 한 교수는 학계의 목소리를 들려주기에 앞서 국회의원들에게 이같이 호소했다. 그동안 대형 회계부정 사태가 터질 때마다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반짝 관심'에 그치면서 무위로 돌아갔던 과거를 반복하지 말자는 뜻에서다.

그런데 이 같은 행태가 다시 나타날 조짐이다. 국회가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기업 회계 투명성 이슈가 국회의원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외감법 개정 관련 법안들을 다루기로 결정했지만 여러 법안 가운데 우선순위에서 밀린 분위기다. 사실상 수십 개에 달하는 모든 법안 심사를 단 하루 만에 끝내야 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외감법 개정안이 제대로 검토될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을 기업 회계 투명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고, 그 결과 내부 감사기구의 독립성 확보와 외부감사인 선임 제도 개선 등 외감법 도입 후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회계 투명성 제고 법안이 줄줄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법이 개정되면 2018년, 하반기에 개정되면 2019년에서야 회계제도 개선안이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불거진 2015년 이후 3~4년 만에 시행되는 것이라 개혁 법안의 의미가 퇴색될 뿐만 아니라 유사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미국이 엔론의 회계부정 사태 직후 1년 만에 강력한 회계제도 개혁 법인 '사베인즈·옥슬리법' 제정을 이끌어낸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에도 기업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한 걸음을 떼지 못한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 공청회에서 한국 회계 투명성 확보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동의한 바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회계 투명성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수년째 꼴찌라는 오명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이제는 국회가 의지를 보여줄 때다.

[증권부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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