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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워치] 월가 소녀상처럼 당당한 위안부 소녀상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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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뉴욕 월가 소녀상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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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가에선 야외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소는 지난 7일 세워진 '겁 없는 소녀상' 바로 옆이었다.

회견에 나선 캘로리 맬로니 연방 하원의원과 시민운동가들은 한달간 임시로 설치 허가를 받은 이 소녀상이 철거돼선 안된다며 지킴이를 자처했다. 맬로니 의원은 "이 동상은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상징물로서 전세계인들의 마음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며 소녀상을 계속 그곳에 세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녀상은 한 자산 운용사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남녀간 임원 진출과 임금 격차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소녀상은 불과 3주만에 뉴욕의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소녀상의 모습은 작지만 당차다. 130㎝안팎의 작은 키이지만 두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턱을 살짝 든 채 월가의 상징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황소상을 정면에서 노려보고 있다. '당당하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월가의 소녀상이 이처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비결도 결국 그 메시지의 보편성과 당당함이다. 소녀상을 보고 있으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상징성에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녀상의 영구 설치 주장도 더 당당하게 들린다.

이런 광경은 최근 부산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힘들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위안부 소녀상들과 너무 대조적이다.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 간의 소위 한일 위안부 해법 합의 이후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과 철거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부산 위안부 소녀상은 물론이고 최근 유럽에 최초로 세워진 독일의 소녀상조차 일본측의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일본 대사가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서를 보이며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이미 했으니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며 독일측 관계자를 압박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하지만 착시를 일으켜선 안된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위안부 문제에 공감을 보이며 함께 힘을 보탠 것은 단순히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을 더 받아주기 위함이 아니다. 본질은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야만적인 전쟁 범죄를 함께 반성하고, 고발하고,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난 2015년 미국 역사학자들이 집단 성명을 낸 것도 위안부와 같은 반인권 범죄를 정권차원에서 은폐하고 왜곡하려던 일본 정부에 공분했기 때문이다.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와 보상은 이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러니 부산의 위안부상도, 독일의 평화의 소녀상도, 그리고 앞으로 세워질 소녀상들은 더 당당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월가의 소녀상처럼 우리의 소녀상들도 여성과 인권에 대한 교훈을 인류에 전달하고 증거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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