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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알파고 ‘돌바람’은 왜 기력이 약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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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갈길 먼 한국바둑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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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알파고’로 평가받는 돌바람도 다른 바둑 인공지능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미지가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 바둑을 합성한 <한겨레> 자료사진. 그래픽 강민진 디자이너 rkdalswls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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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이후, ‘한국에는 왜 알파고가 없는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없는 건 아니다. 돌바람네트워크의 ‘돌바람’이 있다. 한국 바둑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대표해 ‘한국형 알파고’라 불리기도 한다. 바둑 인공지능끼리 겨루는 여러 국제대회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해왔다.

돌바람은 지난 18~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UEC(전기통신대학)배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9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정보통신업체 텐센트가 개발한 ‘절예(줴이)’가 우승했고, 일본 소프트웨어업체 드왕고와 도쿄대·일본기원이 공동 개발한 ‘딥젠고’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바둑 인공지능계 최강자’로 꼽히는 ‘알파고’는 출전하지 않았다. 바둑계에서는 “한국 바둑이 중국에 밀려 국제적 위상이 예전만 못한데, 바둑 인공지능 개발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한때 승승장구했지만
자가학습 ‘딥러닝’ 기세에 눌려
올해 AI세계대회서 9위로 추락
정부·대기업 투자 부재도 악영향
“이러다 한국 AI기사는 사라질판”
바둑계·누리꾼들 우려 쏟아내


한때 돌바람의 기세는 무서웠다. 2015년 ‘UEC배’에서 준우승을, ‘미림곡(美林谷)배 세계컴퓨터바둑 토너먼트’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딥러닝’ 기능을 탑재한 바둑 인공지능 개발이 본격화한 이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돌바람은 이번 대회 전부터 아예 중국의 절예나 일본의 딥젠고의 경쟁자로 평가받지 못했고, 5~8위 결정전에서도 일본의 ‘아야’, 대만의 ‘시지아이고’ 등에 잇달아 패했다.

돌바람은 돌바람네트워크 임재범 대표가 2012년부터 개발해온 프로그램이다. 한국프로기사회, 전자신문 등과 협력해 알파고 딥러닝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등 돌바람 고도화를 추진해왔지만 아직 목표만큼 기량이 오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유창혁 9단과 3점을 미리 깔아둔 채 대국을 시작하는 ‘접바둑’ 대결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절예와 딥젠고가 지난해 말부터 프로기사들과의 맞대결에서 80%대의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쟁국들과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둑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은 데 반해 정부나 대기업의 투자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이 직접 개발을 추진하고 있거나 국가·대학교 등이 나서 공동연구하는 다른 나라의 바둑 인공지능들에 비교하면, 돌바람은 자본력과 연구 인력 면에서 크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돌바람 외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절예 외에도 ‘형천(싱톈)’ ‘여룡(리룽)’ 등 다른 기풍을 가진 인공지능이 개발됐고, 일본에서는 딥젠고 외에도 ‘아야’ 등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돌바람의 하락세를 지켜보는 바둑팬 등 누리꾼들의 실망감은 적지 않다. 지난해 1월 ‘세기의 대결’이 한국 바둑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예상과 달리 한국 바둑 인공지능 개발 성과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인 김아무개(28)씨는 “전통적으로 한국은 바둑강국이었는데 인공지능 잔치에서는 소외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바둑 갤러리’ 등에는 “이러다가 한국 국적을 가진 인공지능 기사는 없게 되는 상황도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많다.

김진환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돌바람이 다른 나라 바둑 인공지능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나 IBM 퀴즈 인공지능 ‘왓슨’처럼 특정 인공지능에 머물지 않고, 교육·생활 등으로 기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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