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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박찬재 대표 "일자리 얻고 새 사람된 노숙인 보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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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고용 사회적 기업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

매일경제

유복한 집에서 태어난 '금수저'가 아니고 창업을 고려한 적도 없었다. 평범한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였던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30)의 진로는 2011년 7월 한국철도공사가 서울역 안의 노숙인을 강제 퇴거시키기로 했다는 뉴스를 본 후 완전히 바뀌었다.

박찬재 대표는 비노숙인들이 노숙인들을 당연한 듯 내쫓고, 이 행위를 용인하는 사회에 화가 났다.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2012년 두손컴퍼니는 이렇게 탄생했다.

'두손'은 '두 손으로 하는 일의 존엄성과 가치를 높이자'는 의미와 '도움이 필요한 손과 도움을 주는 손이 만났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소득수준이 낮고, 거주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노숙인들의 신체권을 박탈한다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뉴스를 본 직후 막걸리 두 병을 사들고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그날부터 며칠간 서울역을 계속 찾아가 노숙인들을 만났습니다. 외부인들과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자신의 인생 얘기를 저에게 솔직하게 들려주더군요. 이분들 중에 자활 의지는 충만하지만 기회가 없어 거리를 떠도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분들에게 새 삶을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박 대표는 이때부터 6개월 동안 노숙인 연구에 몰입했다. 이후 6개월간은 노숙인의 일자리를 고민했다.

그는 처음에는 서울역장을 무작정 찾아가 서울역 일대 노숙인을 고용해 헌책방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서울역장은 대학생이었던 박 대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가구 재활용 사업, 휴대폰 분해 사업 등을 잇달아 검토했다. 그는 고심 끝에 종이 옷걸이 제작을 첫 아이템으로 정했다.

"기업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기업 홍보문구나 홍보모델 등을 새긴 옷걸이 판을 제작한 다음 노숙인들과 함께 옷걸이를 조립해서 세탁소에 공짜로 제공해주는 B2B(기업 간 거래)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정말 돈을 벌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품었던 노숙인도 자신들이 만든 옷걸이가 판매되자 '나도 할 수 있다'며 기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게 행복했습니다. 지금까지 제작한 옷걸이만 30만개 정도 되네요."

박 대표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추천받아 '2013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을 수상할 만큼 옷걸이 제작 사업에 성공했지만, 옷걸이는 주문량이 규칙적이지 않아서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했다. 노숙인들이 완벽하게 사회에 흡수되려면 매달 안정적인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박 대표가 2015년 3월 두손허브센터를 개관하며 물류업에 진출한 이유다.

"월 옷걸이 주문이 1억원가량 들어올 때도 있었지만 주문이 없었던 달도 있었습니다. 일부 노숙인들은 '나도 새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며 희망을 품고 일하다가 다음달에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럼 그렇지'라며 다시 술을 마시더군요. 노숙인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물류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대로 한 물류시장이 아닌,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나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한 물류시장에 주목했다. 박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고, 물류업에 진출한 첫해 물류 관련 매출액만 약 2억원, 이듬해 약 15억원을 달성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물류센터만 495㎡(150평) 규모 2곳, 231㎡(70평) 규모 1곳 등 3곳을 열었다. 두손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50여 개, 관리 제품 종류는 3000여 개에 달한다.

두손컴퍼니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다. 노숙인은 물론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 등으로 거리로 내몰리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사람도, 평범한 사람들도 있다. 박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뜻이 맞는 다양한 사람을 채용한다.

"창업 4년 만인 지난해 드디어 노숙인들에게 매달 안정적인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돼서 뛸 듯이 기뻤습니다. 노숙인과 같은 취약계층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두손컴퍼니를 10년 안에 1000명 고용 가능한 탄탄한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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