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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글로벌 경제는 깜짝 회복세, 한국은 `내수 부진`에 사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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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지 거의 10년만에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놀라운 성장'이란 제호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신흥국 등에서 일제히 경제 지표가 긍정적인 흐름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세계 경기는 제조업에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고용 지표로 확인된다. 농업 분야를 제외한 미국의 취업자 수는 2월에만 23만5000명 늘어났다. 이는 시장 예상을 약 1만명 상회하는 것으로 미국 경기가 완연한 확장 국면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를 형성하는 중국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중국의 올 1~2월 수출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 더 늘었다. 위안화 가치 안정 정책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외환보유고에서 약 3억달러(3395억 원)를 투입해 자국 통화 가치의 변동성을 줄였다. 중국 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는 데 성공했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작년보다 오르기 시작하면서 생산자물가지수도 플러스로 전환됐다.

일본 경제는 일본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1.0%에서 1.4%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업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하는 등 선순환에 들어선 모습이다. 유로존도 '양적완화'가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9일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임에 따라 유럽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 조치는 당분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흥국들도 조금씩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였다. 불과 2년 전에 16.9%를 기록했던 것을 떠올리면 크게 안정된 것이다. 브라질도 물가상승 압박에 지난해 10월 14.25%였던 기준 금리를 12.25%까지 낮췄는데, 물가가 더 진정된다면 8%까지도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제임스 스테틀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들은 지금 당장은 이윤 증가폭이 작을 수도 있지만 내년부터는 엄청난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이후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세계 경기 흐름 속에 한국 경제는 긍정과 부정 양쪽 신호가 혼재한 상황이다.

우선 세계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면서 우리 수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작년 2월보다 20.2% 증가한 432억달러였다. 수출 금액과 증가율 모두 5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1월 수출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2% 늘어났는데, 2월에는 증가폭을 더 키운 것이다. 수출 증가율이 2개월 연속 두 자리 수를 기록한 건 2011년 9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수출 증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이끌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부에 따르면 2월 ICT 분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2.8% 증가한 140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사상 최초로 140억달러를 넘겼고, 2010년 8월(26.4%) 이래 처음으로 20%대 증가율을 보였다. 반도체는 2월에만 65억달러 수출을 보이며 사상 최대 월간 실적을 올렸다. 디스플레이도 1년 전에 비해 15.5% 수출액을 늘리며 22억3000만달러 어치를 해외에 판매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혼란과 함께 구조개혁 지연, 가계빚 증가로 침체된 내수가 경기 회복 발목을 잡고 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로 올 1월까지 3개월 연속 뒷걸음질이다. 작년 11월, 12월에 각각 -0.3%, -0.5%로 떨어지더니 해를 넘겨 1월에는 -2.2%까지 더 내려갔다. 숙박·음식점업은 전년 동월 대비 5개월 연속 위축되며 지난 1월 -6.4%까지 내려앉았다. 2월 백화점·할인점 매출액 속보치를 봐도 작년 대비 각각 1.1%, 14.6%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각종 경제 보복은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당장 지난 15일부터 '한국 관광 제한' 조치가 시작되면서 서울 명동과 제주도 등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났던 지역에 발길이 뚝 끊겼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사드 보복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피치·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 글로벌 헤드들을 만나 "최근 수출이 5년만에 최대폭으로 늘고 설비투자도 3개월째 증가세를 나타내며 실물 경제에 긍정적 조짐이 보인다"면서도 "소비·투자 등 내수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해 조속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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