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막사처럼 보이는 황량한 건물 앞으로 줄지어 선 사람들.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 담긴 사람들은 모두 여성과 아이들로, 이들은 잠시 후 자신들에게 닥칠 운명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최근 독일의 20세기 군사 역사전문가인 역사학자 이안 박스터가 독일 나치 시대의 희귀 사진들을 모아 책을 출간했다. 공개된 사진 만으로도 우울해 보이는 이 장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벌어졌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폴란드어로 오시비엥침-브제진카) 강제수용소다.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줄을 서 이동 중인 사진 속 부녀자들은 샤워를 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가스실로 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 기록에 따르면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지난 1940년 나치 친위대(SS) 총사령관 하인리히 힘믈러에 의해 세워졌다. 이후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가스와 총살, 인체실험 등 여러 방법으로 아우슈비츠에서 죽어나간 희생자만 400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치의 악명높은 슬로건인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는 문구가 새겨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를 홀로 들어가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주여, 이토록 잔혹함을 용서하소서!"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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