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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두더지쥐의 장수비결, 물곰의 생존력…유전체 연구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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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대장균, 사람, 쥐, 감자…. 도무지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유전체'(게놈)가 해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전체 해독이란 유전정보 물질인 DNA를 이루는 염기의 서열을 밝히는 일이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도 유전체 해독 연구는 활발하다. 연구자들이 이 연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생명현상의 비밀을 풀 '열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체 연구로 발굴한 새 유전자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은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제각기 다른 생물의 생김새와 능력은 저마다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결과다. 특이한 생물이라면 다른 생물과 차이 나는 유전자를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 사막 지역에서 굴을 파고 살아가는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동물은 마치 갓 태어난 쥐처럼 발그레한 피부와 제대로 뜨지 못한 눈을 가졌다. 다 자라도 몸길이는 8cm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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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두더지쥐. [Thomas Park/University of Illinois 제공=연합뉴스]



외모는 비록 볼품없지만, 이들이 지닌 놀라운 능력은 한둘이 아니다. 독일 막스-델브뤽 분자의학센터(MDC)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은 통증 신호 전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DNA 염기서열의 작은 변화는 기능 차이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이들은 열악한 지하 환경에서 여러 마리가 붙어살기 때문에 차라리 통증에 무뎌지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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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두더지쥐. [Thomas Park/University of Illinois 제공=연합뉴스]



이들은 암에 대한 내성도 지녔다. 미국 로체스터대와 이스라엘 하이파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특이한 히알루론산을 만드는 유전자를 지녀 세포가 잘 변형되지 않도록 막고, 암세포가 잘 증식하지 않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히알루론산은 고분자물질로, 동물의 몸속에서 세포끼리의 결합을 돕는다. 이 밖에도 일반 쥐보다 10배나 오래 사는 장수의 비결에 대해서도 세포를 보호해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바다의 용'이라고 불리는 해마(海馬)도 유전체가 해독되며 특이한 생김새를 일부 설명할 수 있게 됐다. 해마는 실고깃과(科)에 속하는 물고기지만 배지느러미가 없고 머리 형태는 말과 비슷하며 마치 원숭이처럼 사물을 돌돌 감을 수 있는 꼬리를 가졌다. 심지어 수컷의 배에는 알을 부화시키고 새끼를 기르는 주머니(육아낭)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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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Byrappa Venkatesh 제공]



중국 과학원(CAS)과 독일 콘스탄츠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해마의 배지느러미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이를 만드는 tbx4 유전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유전자가 망가진 돌연변이 어류(제브라피시)도 배지느러미가 없다.

동물의 이빨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무리의 일부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빨이 없는 해마는 가늘고 길쭉한 주둥이로 먹이를 빨아들여 통째로 삼킨다. 게다가 후각을 담당하는 수용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수는 매우 적었다. 냄새로 먹이를 찾는 동물이 많지만, 해마는 후각보다는 시각에 의지한다.

알을 부화시키는 효소를 비롯해 수컷 해마의 '임신'과 관련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무리도 발견됐으며, 일부 유전자는 육아낭에서 유난히 많이 발현됐다. 수컷 해마는 육아낭에 암컷의 알을 받은 뒤 수정·부화시켜 새끼 해마를 배출한다.

'지구 최강 생명체'로 불리는 물곰(water bear)도 유전체 연구로 이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몸길이가 1mm에 불과한 이 무척추동물은 영하 270℃ 이하의 차가운 온도와 150℃가 넘는 고열을 견디고 강한 방사선을 맞아도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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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확대한 물곰(Ramazzottius varieornatus)의 모습. [Tanaka S, Sagara H, Kunieda 제공=연합뉴스]



일본 도쿄대, 홋카이도대 등 공동연구진은 물곰의 이런 강인한 생명력은 '보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Dsup' 단백질의 경우 DNA와 결합하므로 방사선(X선)을 받더라도 DNA를 덜 부서지게 한다. 이 유전자를 사람 세포에 넣었더니 방사선으로 인한 세포 손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연구진은 아주 먼 미래에 사람의 몸을 방사선에서 보호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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