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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냉골 한국경제, 반도체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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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메모리 호황 덕에

4분기 영업이익 9조2000억

문제는 반도체 후속타 없고

일자리 창출 등 온기 안 퍼져

“AI·로봇산업 집중 육성하고

서비스법 등 제도개혁 시급”

영국에 본사를 둔 한 서버 업체는 최근 삼성전자에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데이터 저장장치)를 사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가 “5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삼성전자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에 주문이 폭주해 대기 물량이 밀려서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24일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13분기(3년3개월) 최대인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등 공신은 반도체다. 반도체 부문은 전체 이익의 53.7%에 해당하는 4조9500억원을 벌어들였다. 설비 투자가 많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100원을 팔아 33원을 남겼다(영업이익률 33.3%).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1조8900억원, 영업이익 29조2600억원의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는 건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에 따른 폭발적 수요 증대, 20년 구조조정 끝에 형성된 세계적 독과점 구조 등이 배경이다.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20여 년 뿌린 씨앗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것”이라 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동떨어진 한국 경제다. 반도체가 지핀 아랫목만 따뜻할 뿐 윗목은 냉골이다. 곧 발표될 한국은행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집계치는 2.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6% 이상 줄었다.‘제2의 반도체 산업’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 산업처럼 인공지능이나 로봇산업은 오랜 투자로 육성한 기술·인력이 승패를 좌우하는데 이런 분야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의료(Medical)·에너지(Energy)·안전(Safty)·지식서비스(Intelligence)·항공우주(Aerospace) 등 5개 분야, 이른바 메시아(MESIA)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이 기술력을 확보했음에도 산업은 아직 크지 못한 분야다.

이광형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의료나 지식서비스 등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을 키우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는 등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미진·김도년 기자 mijin@joongang.co.kr

임미진.김도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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