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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진현철의 코멘:털이]`더킹` 정우성은 더 무너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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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사 한강식 그린 방식이 아쉬운 이유

스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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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내가 한강식을 연기했지만 그가 우습고 하찮게 보이게 하고 싶었다. 내러티브 때문에 처음 등장할 때 권력 안에 있는, 법을 움직이는 사람으로서 카리스마 있게 등장하는데 뒤에 숨어서 비도덕적, 비정상적 행위를 하고 권력을 움직이는 이 사람을 처절하게 무너뜨리고 싶었다. 내가 만드는 한강식이지만 멋지게, 좋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배우 정우성은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개봉에 앞서 이같이 밝혀 기대감을 높여놨다. 현실 비판적인 내용이 리얼하게 담긴 영화에서 권력 지향적 정치 검사 한강식이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질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더 킹' 속 한강식 검사는 처절하게 무너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정황상 그는 비리 검사로서 옷 벗고 벌을 받을 게 분명하다. 그가 이제껏 향유한 모든 것을 빼앗길 텐데도, 오히려 으름장을 놓으며 객기를 부리는 게 우스워 보이긴 한다.

하지만 죄스러워하거나 미안해하는 모습,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으면 했다. 한강식은 그렇게 그려지지 않았다. 작금의 현실에서도 권력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고자세이기에 감독의 연출과 정우성의 연기가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소름 돋는다.

그래도 잘못을 알지 못하는 그들의 재수 없는 행태가 비난받고, 그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철저하게 무너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더 킹'이 10대부터 40대까지 태수(조인성)의 삶을 통해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소재로 대한민국 검사의 뒷모습을 그렸기에 한강식은 곁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안위를 위해 사회와 정치를 흔들고 사람까지 죽이는 등 너무나 잘못한 게 많은 이 인물이 예전에는 흔했던 (요즘 들어 흔하게 되진 않았으나)달걀 세례를 받거나 추레한 모습으로도 나왔으면 했다. 그런 상황적 묘사가 세련된 연출은 아닐지라도, 한강식은 더 무너져야 했다. 욕지거리가 쏟아지는 상상도 했다. 태수가 결자해지해야 하는 것이므로 충분히 수긍이 가는 전개이고 결말이지만,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하다.

정우성이 기대치를 높이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태수에 몰입하며 현실의 권력자를 비난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강식은 멋지게, 한없이 재수 없게만 그려진 것(조인성과 정우성이 연기를 잘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다.

현실의 검사 출신 정치 실세가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간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현실이 더 영화 같다고 하는 요즘, 현실에서는 잘못한 이가 수갑을 차고 수의를 입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다행히 한 명의 장치검사 출신의 실세가 구속됐다. 이제 영화 같은 현실의 또 다른 시작이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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