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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트럼프 취임식날, 찬반으로 술렁거린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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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수많은 청중들이 의사당 앞 광장에서 트럼프의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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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트럼프 정권의 출발은 축하하는 지지자들과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대들로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새 대통령의 취임식은 다소 흐린 날씨 속에 간간이 약한 비가 내렸으나 환호와 열광의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감색 양복과 같은 색 코트에 빨간색 넥타이를 한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오전 11시 31분에 등장하자 큰 환호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오른쪽 주먹을 들어 보이면서 화답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말도 건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리 입장해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과 어깨를 토닥이며 인사를 했고, 의사당 앞 광장을 가득 매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다시 한 번 흔들어 인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확히 정오에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성경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 당시 사용한 성경에 손을 얹은 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는 말을 따라 하며 취임 선서를 했다. 우렁찬 예포 소리와 함께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취임하는 순간이었다.

취임 선서 때는 멜라니아 여사를 비롯한 5명의 자녀가 바로 옆에 서서 지켜봤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마친 후 가족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볼키스를 하며 감격의 순간을 함께했다.

트럼프에 앞서 전직 대통령들이 차례로 소개됐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로잘린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여사 등이 차례로 취임식장에 입장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등장할 때 트럼프 일부 지지자들이 야유와 함께 지난해 대선 때 외쳤던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상당한 인파가 몰렸지만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 비하면 훨씬 적은 인파인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과거에 비해 지하철 등 교통혼잡도 거의 없었다. 당장 승용차 이용이 통제된 상황에서 취임식 축하객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은 지하철 이용객이다. 초대 오바마 정부 출범 당시 오전 11시 메트로 이용객은 51만3000명에 달했으나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는 19만3000명만이 지하철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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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왼쪽) 당시 인파와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여 인파(오른쪽)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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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한편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이어졌다. 당장 취임식 광장 한편에서는 “저항(RESIST)”이란 글자를 세긴 셔츠를 입은 6명의 시위대가 트럼프의 취임 선서 도중 “위 더 피블(We the people)”을 외치다 경찰에 끌려나갔다.

워싱턴 시내에서는 상점 유리창 등 기물이 파손됐고, 치안 유지를 시도하던 경관들도 부상했다. 워싱턴DC 경찰과 미국 수도권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백악관 북동쪽 맥퍼슨 광장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에 참가했던 이들 중 10여 명이 현장 근처에 있던 커피숍과 햄버거 판매점, 은행의 유리창 여러 장을 파손했다. 폭력행위 가담자들은 유리창에 돌을 던지거나 철봉으로 보이는 물체를 사용했고, 길가에 있는 휴지통에 불을 붙인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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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시내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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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프랭클린 광장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간 충돌이 벌어졌다. 시위대들은 벽돌과 콘크리트 조각들을 경찰을 향해 던졌고 경찰들은 곤봉과 최루액을 분사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시내 곳곳에서 트럼프의 취임식 퍼래이드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계속됐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시위는 더욱 격력해졌고 경찰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 CNN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200명 이상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으며 경찰도 다수가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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