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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내가 光州특보" "정치행사 안가" "여수서 10㎞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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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부인들도 뛴다]

- 문재인 부인 김정숙

매주 화요일 1박2일로 광주 찾아… 文, 부인 없는 날 즉석밥으로 '혼밥'

- 반기문 부인 유순택

"남편 출마 말린다고 될일 아니다" 절제된 일정 소화, 조용한 내조

- 이재명 부인 김혜경

李시장의 스타일 담당 코디네이터, 방송·신문 보도 점검 모니터링

- 안철수 부인 김미경

1월에만 호남 4차례 방문, 촛불집회 한번도 빠지지 않아

여야 대선 주자들이 사실상 대선 정치 활동에 들어가면서 부인들의 발걸음도 함께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 김정숙(63)씨는 작년 추석 때부터 매주 화요일에 1박 2일로 광주(光州)를 찾고 있다. 호남의 반문(反文) 정서를 바꿔보려고 남편 대신 나섰다고 한다. 김씨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2012년 대선 패배에 대해 "미안합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라며 인사를 한다. 광주를 다녀오면 문 전 대표를 붙잡고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현지 분위기를 전해줬다. 문 전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면 "내가 광주 특보"라며 오히려 충고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김씨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광주가 처음에는 싸늘했지만 지금은 '문재인보다 낫네'라며 말을 걸어줄 정도로 많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조선일보

여야 대선 주자들이 사실상 대선 활동에 들어가면서 부인들도 함께 바빠지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정숙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부인 유순택씨,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부인 김미경씨. /김영근 기자·남강호 기자·뉴시스·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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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에는 자신의 전공(성악)을 살려 지난 대선 때 인연을 맺은 서울 동대문 다문화합창단을 찾아 노래 연습에 참여한 뒤 지방으로 내려갔다. 전날에는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부인들을 만나 "살살 좀 부탁드린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요즘 "여러분이 문재인입니다" "꼭 정권 교체하게 해주십시오"란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문 전 대표 부부는 아침밥을 함께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김씨의 광주 방문 날에는 문 전 대표가 즉석밥으로 '혼밥'을 하고 있다.

호남을 놓고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부인인 김미경(54)씨도 못지않게 공을 들이고 있다. 잘 나서지 않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 김씨는 1월에만 광주와 자신의 고향인 전남 여수 등 호남을 네 차례 방문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김씨가 방학을 맞기도 했으나 호남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컸다고 한다. 그는 주민들을 만나면 "저희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매년 참가하는 여수 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1시간 5분에 완주하기도 했다. 여수가 지역구인 주승용 원내대표는 "안 의원과 시간 날 때마다 조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남자도 뛰기 힘든 기록 아니냐"고 했다. 김씨는 작년 4월 총선 때부터 대외 활동을 늘리고 있다. 당 관계자는 "총선 땐 연차까지 내고 선거를 도왔고, 최근 촛불집회에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작년 안 의원 싱크탱크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해선 안 의원 지지율에 빗대 "요즘 롤러코스터를 타는 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옳은 길로 가다 보면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부인인 유순택(72)씨는 드러나지 않게 남편을 돕고 있다. 지난 12일 귀국 이후 반 전 총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을 만날 때에만 동행했고,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일정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혹시 모를 구설을 피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은 다하는 절제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유씨는 오랫동안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했지만 최근엔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반 전 총장과 외교관 동기인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은 "옛날부터 각종 리셉션 준비 등으로 바쁜 외교관 부인으로서 역할은 하면서도, 남편에게 누가 될까 말을 무척 아꼈다"고 했다.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유씨는 반 전 총장과 고교 시절 각각 충주고 반장과 충주여고 반장으로 만나 인연을 맺었다. 도서관 사서로 잠깐 근무하다 결혼 직후 그만두고 내조에 전념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부인 김혜경(50)씨는 이 시장이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바빠졌다. 이전까지는 성남에서 활동했지만 요즘에는 전국 각지에서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학 때 전공이 피아노였던 김씨는 평소 문화·예술·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한 측근은 "김씨가 이 시장에게 직접 '직장맘(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여성)' 해결책을 좀 찾아달라는 말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했다. 이 시장 측은 "부인은 스타일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이자 방송·신문 보도를 점검하는 모니터링 요원"이라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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