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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문단 내 성폭행 논란 '문학과지성사' 입장표명···"배용제 시인 출고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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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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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문인들의 성폭행.성추행 폭로가 잇따르면서 곤욕을 치른 문학과 지성사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배용제 시인에게 시 강의를 수강한 학생 6명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 따르면 배 시인은 학생들을 자신의 창작실로 불러 성관계를 제의하고 "내가 네 첫 남자가 되어주겠다", "너랑도 자보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

'습작생6'은 배용제 시인이 '연인은 아니지만 또 특별하게 서로를 생각해주는 관계'를 맺자며 강제로 키스를 하고 성폭행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금기를 넘을 줄 알아야 한다"며 변태적 성관계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문학과 지성사가 6일 입장문을 내어 배용제 시인의 시집 절판과 출고 정지 조치를 취했음을 밝혔다.

아래는 문화가 지성사의 입장문 전문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알려드립니다

최근 일어난 '문단 내 성폭행ㆍ성추행 논란'과 관련한 문지의 입장과 조치를 밝힙니다.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창사 이래, 더 멀리는 계간지 『문학과지성』이 창간된 1971년 이래 축적해온 문학적 권위를 사유화하지 않고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한 풍성한 자양분으로 만들기 위해 계간지 편집권과 회사 경영권의 문학 동인 세대 간 이양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확립하여 이제 동인 3세대가 기획위원회를 맡아 회사 경영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는 문지 시인선에서 시집을 출간한 박진성 시인의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고 조속한 사실 관계 확인과 상응하는 조치를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만, 이후로도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출간한 여러 시인들에 관한 불미스러운 소식이 줄을 잇는 것을 참담하고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이로 인한 피해자의 아픔, 독자들의 실망 앞에서 전통 있는 문학 출판사로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학은 문학으로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문학의 자율성에 대한 믿음, 그러므로 작가에 대한 평가는 무엇보다도 작품 자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은 문학과지성사에 몸담고 있는 다양한 세대의 동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최근의 사태에서는 시인들 자신이 문학적 권위를 업고 타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극히 예외적인 개인적 일탈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다수의 사건으로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출판사 역시―출간 결정 과정에서 시인들의 그러한 행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문학 세대 간 편집권과 경영권 이양이라는 모델을 통해 문학적 공공성의 가치를 지켜온 문학과지성사는 그 누구도 문학적 권위를 수단으로 타인을 권력 관계 속에 옭아매고 반인간적, 범죄적 행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그러한 문제가 드러난 시인들의 경우 사안을 가려 출판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할 것입니다. 그 조치에는 향후 출판 계약 체결 중단, 계간지 『문학과사회』 원고 청탁 중단에서 기 출간 도서 절판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현재 박진성, 배용제 시인의 경우 법적 논란이 있어서 기 출간 시집의 절판에 앞서 출고 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역시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과 시집들에 대한 이러한 조치가 고통스럽지만 앞으로 다시는 문학의 이름이 개입된 추악한 가해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처방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문학과지성사의 책들을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2016년 11월 6일

문학과지성사 기획위원회

문화뉴스 박혜민 기자 grin17@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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