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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법정휴가를 다 못 썼다면? 보상받게 해주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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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비즈니스 인사이트-110]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올해도 법정 휴가를 얼마 쓰지 못하고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이 많을 것이다. 직원들이 휴가를 얼마나 썼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더더욱 슬퍼진다. 못 쓴 휴가에 대한 보상도 없이 유야무야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최근 신생 스타트업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섰다.

10월 초 문을 연 'PTO익스체인지(PTO Exchange)'는 직원들이 쓰지 못한 휴가를 기업이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PTO익스체인지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들은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으로 연금, 저축, 기부, 대학 학비 상환 등 다양한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젊은 직원들은 학비를 상환하는 데 돈을 쓰고 싶어하고, 50·60대 직원들은 노후 대비에 돈을 쓰고 싶어하는 점에 착안해 선택지를 마련한 것.

이미 첫 클라이언트도 확보했다. 보험 회사 '프리메라 블루 크로스(Premera Blue Cross)'와 휴가 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PTO익스체인지 공동 창업자인 롭 웨일런(Rob Whalen)은 직원들이 휴가를 가지 않으면 고용주에게도 피해라고 지적한다. 쓰지 않은 휴가가 회계장부에 부채로 기록되는 데다 이를 다른 자산으로 상쇄할 수 없어 기업 입장에서도 골칫거리라는 것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직원의 임금이 오르면서 미사용 휴가의 가치도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간 몇몇 기업이 이 같은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국 주별로 관련 법이 다르고 직원마다 원하는 보상이 다르다 보니 보상 프로그램을 관리하기가 까다롭다고 여기는 기업이 많다. 이런 부분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PTO익스체인지 주장이다. 이 스타트업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수수료로 보상 금액의 3%를 얻는다.

웨일런은 자신의 경험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그는 240시간의 유급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채 쌓아뒀다. 휴가를 쓰지 못한 대신 다른 혜택으로라도 보상받을 수 없을까 궁리하던 차에 직접 창업에 나섰다. 유급 휴가를 실제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그의 목표다.

그러나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다른 혜택으로 보상하는 건 자칫 직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가를 안 쓰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이 쉬지 않고 일만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로니 골든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안 쓴 휴가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보상하는 게 생산성과 성과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PTO익스체인지도 이에 대한 대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웨일런은 "기업이 걱정한다면 일정 부분 제한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일정 기간은 반드시 휴가를 가게 하고 그 이상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혜택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휴가를 가지 않은 직원에게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면 회사가 휴가 사용을 장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PTO익스체인지 공동창업자 토드 루커스(Todd Lucas)는 "PTO익스체인지는 휴가 우선 회사"라며 일에 대한 보상보다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게 자신들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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