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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박진호의시사전망대] "원전 경고등만 8천 번…지진에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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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SBS 박하정 기자

- 지진 계측기124대 데이터는 무용지물
- 원전, 비용 때문에 안전 희생하나?
- 작은 사고는 대형 사고의 예고편 격, 철저히 대비해야
- 재난 방재, 있는 장비부터 잘 활용해야

▷ 박진호/사회자:

재작년이죠. 세월호 참사 이후에 우리 사회에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은 바로 안전이었습니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 더 빠른 속도를 위해서 달려왔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데요. 안전불감증이 낳은 보안 구멍. 대책 허점은 그래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민안전처 두 곳에서 원전 안전 문제를 집중 취재했던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박하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어서 오세요.

▶ SBS 박하정 기자:

네.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원자력발전소. 최근 경주 지진 때문에 불안감이 커졌는데. 원전을 대상으로 한 안전 검사가 시행이 됐다고요.

▶ SBS 박하정 기자:

네. 그렇습니다. 원전이 가장 높은 보안 등급이 요구되는 시설인 만큼 꼼꼼한 정기 점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일 텐데요. 이 원자력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 꾸려진 위원회가 원자력안전위원회고, 산하에 원자력통제기술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기술원이 전국 원전을 상대로 2년에 한 번씩 정기점검을 시행하게 되는데요. 이 점검의 결과 방호 요건을 위반하거나 운영 체제가 최고 등급의 보안 수준을 유지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 그러니까 이미 설정된 규정을 어기거나 규정 자체가 개선이 필요할 때 기술원에서 각 원전에 시정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러면 올해 점검 결과 어떻게 나왔습니까? 지진 때문에 더 관심이 높은 것 같은데요.

▶ SBS 박하정 기자:

우선 이 자료는 9월 6일 기준인데요. 그 날 기준으로 기술원이 신고리 제 2발전소, 한울 제 1, 2, 3발전소, 한빛 제 3발전소를 점검했는데. 모두 26건의 위반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분류로 세보자면 방호 규정을 어긴 건이 15건, 시설이나 설비 운영 체제가 미흡한 건이 11건이었습니다. 사실 있는 규정을 어기거나 체계가 미흡하다. 이런 분류에 해당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을 막지 못해서 해당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허술하다는 말씀 같은데. 이렇게 지적된 내용, 적발된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시겠습니까.

▶ SBS 박하정 기자:

검사가 이뤄졌던 한 발전소에서는 검사 기간인 2주 동안 경고등이 8천 번 넘게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 발전소 내에서는 보안 강화를 위해서 출입문들이 5초 안에 닫히게 돼있는데. 이 시간이 넘으면 들어오는 경고등이거든요. 이렇게 경고등이 들어왔던 문이 이 발전소에서만 모두 115개였고요. 또 발전소 내에는 구역마다 보안 등급이 설정돼 있습니다. 그 구역에 해당하는 출입증을 가지고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출입증이 없는 협력업체 직원이 방사성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발전소 핵심 구역에 혼자 있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특정 구역에 없는 출입증을 대면서 누군가가 문을 열려고 시도했던 건, 또 원전본부 안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에서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는 기기의 인식률이 낮아서 차량 번호 수집이 제대로 안 되지 않은 건 등이 있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기본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시설에 누가 드나드는지 파악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 같은데. 원전 측의 해명은 뭡니까?

▶ SBS 박하정 기자:

네. 우선 26건 중 15건의 시정명령이 내려졌던 원전에서는 기술원에서 나와서 정기점검을 했던 기간이 계획예방정비 기간이라는 특수한 시기여서 위반 사례가 많았다. 이렇게 해명을 했습니다. 이 원전을 일정 기간 동안 운전하고 나면 핵연료를 교체해야 해서 발전소를 정지시켜 놓고 각종 기기를 점검하고 보수하고. 이런 기간을 가져야 하는데요. 이런 기간을 계획예방정비 기간이라고 합니다. 이 기간에는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수리가 이뤄져야 해서 평소보다 직원들도 많이 드나들게 되고, 장비도 많이 들고 오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고등도 많이 울리게 되고, 출입 권한을 가진 직원과 그렇지 않은 외부협력업체 직원이 동행했다가 권한이 있는 직원이 잠깐 다른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우고. 그래서 혼자 있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사실 이 설명을 들으면서 각각의 적발 사례가 왜 나왔는지 용어를 듣고 이해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바로 기간 단축이 곧 돈이다. 이런 말이었습니다. 이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점검할 게 참 많고, 다른 원전에서 일하던 협력 업체 직원들을 불러가면서 작업을 하는데. 이 기간을 줄여야 그만큼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게 원전 입장에서 할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죠?

▶ SBS 박하정 기자:

네. 물론 비용을 낭비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어떤 ‘빨리 빨리’가 낳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실수가 너무나 큰 피해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좀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원자력 발전소 보안 문제 집중적으로 얘기해 주셨는데. 지금 원전의 안전도 관심거리, 화두로 떠올랐지만 국민안전처의 대처도 한동안 꽤 논란이 됐었어요. 기상청이 운용하는 것과 다른 국민안전처의 지진계측기가 있다던데, 이것은 무엇입니까?

▶ SBS 박하정 기자:

기상청의 지진계측기가 지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에 1차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민안전처는 이와 별도로 전국 주요 시설물 580개에 설치된 계측기에서 그 시설물이 각각 얼마나 외부의 힘을 받았는지 수집하고 측정하고 있습니다. 각 시설물에 가해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해야 여기에 안전점검이 필요한지, 아니면 곧 무너질 것 같아서 사람들 출입이 통제되어야 하는지 이런 대책을 세울 수 있겠죠.공공기관 청사나 공항, 교량, 원전, 댐 등 다양한 시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번 경주 지진 당시에 계측기 580대 가운데 124대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국민안전처로 보내지지 않았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이게 데이터 측정을 해놓고 사용을 못한 것 같은데. 이게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 SBS 박하정 기자:

맞습니다. 측정값은 있는데 그것으로 위험도를 분석하지 못한 겁니다. 계측기 4대 가운데 1대 꼴로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셈인데요. 시설물 중에 건축물만 대상으로 해서 이뤄지는 긴급안정성 평가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은 건축물 337개 가운데 103개에 설치된 계측기 데이터만이 국민안전처로 전송됐습니다. 국민안전처의 계측자료 통합관리시스템이 먹통이 된 탓이었는데요. 당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던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고. 또 데이터는 당시에 다 측정이 돼있었기 때문에 추후에 따로 전달을 받았다는 게 국민안전처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 자체가 실시간으로 측정값을 국민안전처에 보내서 그 값에 따라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만든 건데. 그 취지를 생각하면 이렇게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취지 자체가 훼손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러면 잘 갖춰진 방호 규정과 시스템을 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은데요.

▶ SBS 박하정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히 계측기의 설치 대상이 되는 시설물 범위가 이제 확대가 돼서 200여 대가 전국에 추가 설치될 계획인데요. 이 계측기 한 대 가격이 1억 3천만 원에서 2억 원 정도 합니다. 무작정 계측기를 늘리는 것보다 있는 것부터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점검부터 잘 하자. 이런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사실 있으나마나 한 안전지침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않겠습니까.

▷ 박진호/사회자:

최근 지진이나 태풍이 큰 피해를 주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일이 많아졌는데. 안전불감증이 고질적인 문제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 SBS 박하정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이 현장 취재들을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건데요. 1930년대에 미국의 한 보험회사 직원인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쓴 책에 등장하는 건데. 많은 사고와 사례를 접한 결과 1:29:300. 이런 법칙이 성립한다는 겁니다. 항상 대형사고 1건이 생기기 전에 늘 그보다 경미한 사고가 29건 있었고, 이전에 그 사고를 암시할 만 한 징후가 300건 있었다는 겁니다. 통계적 분석의 결과가 이렇다는 게 ‘하인리히 법칙’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실제로 이 법칙이 잘 들어맞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어떻습니까?

▶ SBS 박하정 기자:

사실 이 법칙이 주는 메시지가 단순히 이 사건 발생 비율은 아닐 겁니다. 1:29:300이 항상 맞다. 이걸 본 너희들도 항상 세어봐라. 이런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이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눈에 보이는 현상이 대형 사고의 전조 증상인지, 아니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인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만에 하나를 생각하고 대비하라는 차원에서 많은 안전지침도 생겨난 것일 텐데요. 그게 잘 작동한다면 단 한 건의 대형사고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원자력통제기술원이 실시한 원전 보안 점검이나 국민안전처가 전국 주요 시설물에 설치한 지진 계측 시스템 역시 그런 장치들 가운데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계획예방정비 기간이라서 드나드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원전 본부 측 해명이 담긴 뉴스에 달린 댓글 하나를 소개할까 하는데요. ‘평소에 안 오던 사람들까지 드나드는 상황이어서 그랬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철저히 단속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 이런 댓글이었습니다. 우연이겠지, 괜찮겠지. 이런 상황이 쌓여서 만에 하나가 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주는 교훈을 함께 되새겨볼 때인 것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박하정 기자가 사회부 기자로서 현장에서 뛰면서 지진도 그렇고, 태풍도 그렇고 많은 일을 겪었을 텐데. 특히 원전이나 여러 가지 기상 재해 관측 장비. 기대하던 수준과 너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까? 어땠습니까? 어떤 허점이 가장 문제였나요?

▶ SBS 박하정 기자:

사실 기기 자체가 허술하다, 너무나 수준이 부족하다, 도달해야 될 지점이 멀다. 이런 느낌보다는 지금 갖춰져 있는 기기나 설비를 충분하게 활용한다면 우리가 노력하는 지점 선에서는 예측할 만 한 결과를 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하인리히 법칙처럼 우리가 지금 조금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대형 사고나 예측 가능할 만 한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의미 있는 말씀입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 SBS 박하정 기자:

네.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SBS 사회부 박하정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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