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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월드이슈] '무슬림 혐오'에 물드는 프랑스…톨레랑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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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

유명 음식점, 여성 2명 쫓아내

당국 ‘부르키니 금지’ 제동 불구

칸 등 지자체 착용 단속 강행 태세

정치권 찬반 분분… 대선 쟁점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와 지난달 니스 테러 등을 겪은 프랑스에서 ‘무슬림 혐오’ 정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인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한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지역사회는 부르키니를 계속 허용하지 않을 태세다. 유명 레스토랑이 무슬림 여성 2명을 내쫓았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등 프랑스 사회가 ‘관용’(톨레랑스)을 잃어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무슬림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세계일보

칸과 니스 등 프랑스 도시들이 시행 중인 부르키니 착용 금지 조치가 인권을 침해한다는 프랑스 최고행정재판소 판단이 내려진 26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 혐오에 맞서 싸우자. 여성의 선택권을 사수하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영국 런던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파리 미슐랭 식당,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

영국 인디펜던트는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이 무슬림 손님을 거부했다며 “최근 부르키니 논란에 이어 프랑스에서 증가하고 있는 무슬림 혐오 현상을 보여준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지난 27일 밤 두 무슬림 여성이 파리 교외의 식당 ‘르 세나클’에서 쫓겨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올해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이 식당의 셰프는 여성들에게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이고,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며 “그들은 최근에 성직자까지 죽였다. 당신 같은 사람을 이 식당에 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당황한 여성들이 “우리도 인종차별주의자가 주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고 응대하자, 셰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이후 인종차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해당 셰프는 “지난해 파리 테러 때 친구 한 명이 숨졌다. 당시 발언은 내가 가진 생각과 다르다”며 일부 사과했다고 ‘르 파리지엥’은 보도했다. 이 식당의 셰프는 인종차별 반대기구의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슬람 단체들은 해당 식당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으며 이슬람혐오주의 반대단체 ‘CCIF’는 두 여성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SNS에서도 ‘사람을 개처럼 취급했다’는 등 셰프의 행동을 비난하는 측과 “조금 심했지만 그럴 만한 사정도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옹호 글이 교차하고 있다.

◆부르키니에 가려진 ‘무슬림 혐오’, 대선에 영향

유럽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부르키니 논란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니스 등 지중해 도시들이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한 데 대해 최고 행정재판소인 국사원이 26일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칸 등 지방도시들은 부르키니 착용을 계속 단속할 태세다.

니스와 칸 등 부르키니를 금지한 30개 도시의 상당수 시장들은 “해당 결정은 빌뇌브루베시 외에 다른 지자체에는 구속력이 없고, 최종판결을 앞두고 나온 임시적 성격의 결정”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국사원에 소송을 낸 인권단체 프랑스인권연맹(LDH) 측은 “국사원 결정을 따르지 않는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올여름 처음으로 부르키니를 금지한 데이비드 리스나르 칸 시장은 “종교적 이유든 뭐든 부르키니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부르키니는 이슬람이자, 우리 사회가 극단주의로 가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부르키니 논란은 내년 봄 치러질 프랑스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스나르 시장은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공화당 소속이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프랑스 전역에서 부르키니를 금지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부르키니 금지 법제화는 “헌법에 어긋나고, 효과도 없으며, 돌이킬 수 없는 긴장과 반목을 조장할 뿐”이라고 반대했다. 미국 대테러센터(NCTC) 소장을 지낸 마이클 라이터는 “부르키니 논란은 분열을 부를 수 있다”며 “분열이야말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용하려고 노리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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