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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지구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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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마다 터지는 '태양의 분노'… 지구를 원시시대로 보낼 수 있다

인류 문명을 멈출 최악의 '三災'

① 혜성과 충돌 ② 우주 자기폭풍 ③ 초대형 화산 폭발

조선일보

양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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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8월이 되면 밤하늘에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流星雨)가 쏟아진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11월의 사자자리, 12월의 쌍둥이자리 유성우와 함께 3대 유성우로 꼽힌다. 1973년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의 브라이언 마스든 박사는 우리 후손이 8월의 우주쇼를 볼 수 없다는 암울한 예언을 내놓았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만든 혜성(彗星)이 2126년 지구와 충돌한다는 것. 6500만년 전 지구에 소행성(小行星)이 충돌하면서 공룡이 멸종했다. 마스든 박사는 혜성 충돌은 당시 소행성 충돌보다 300배 이상 강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지난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한 번에 수천만 명의 인명을 위태롭게 만들 지진의 근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10년간 인공위성 연구를 통해 인도와 방글라데시, 미얀마에 걸쳐 있는 대규모 단층(斷層)을 찾았다. 단층은 땅이 서로 엇갈리는 곳으로 이곳에 마찰력이 쌓이다가 폭발하면 지진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단층에서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예상된다고 했다. 2011년 일본에서도 같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지만 지진이 시작된 곳은 먼바다였다. 이번에 발견된 단층대는 육지로, 주변 100㎞에는 1억4000만명이 산다.

여름이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좀비류의 공포 영화가 인기다. 하지만 자연의 경고는 좀비의 공포를 뛰어넘는다. 하늘에서 대륙을 쓸어버릴 불덩이가 쏟아지고, 땅에서는 하늘을 덮을 화산재가 폭발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15일 자 '자연재해' 특집에서 인류 문명의 시계를 멈추게 할 초대형 자연재해 3가지를 예고했다. 첫째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자기 폭풍이다.

전력·통신 마비시키는 태양의 분노

지금으로부터 꼭 4년 전인 지난 2012년 7월 23일, 태양 표면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폭발하듯 우주로 쏟아지는 '코로나 자기 방출(CME·Coronal Mass Ejection)' 현상이 벌어졌다. 태양의 불덩이가 쏟아진 방향은 며칠 전만 해도 지구가 있던 곳이었다. 만약 지구가 조금만 늦게 태양을 돌았어도 인류 문명은 심각한 위협에 노출됐을 것이다.

태양 폭발은 자기장이 강력한 흑점(黑點)에서 일어난다. 지구로 향한 태양의 자기에너지가 자석의 N극, S극처럼 지구 자기장과 반대 방향이 되면 지구에서 태양 폭발에서와 같은 자기력선 단절과 연결이 반복된다. 이러면 고에너지 입자들이 한 번에 지구로 들이닥쳐 전력망에 엄청난 전류가 흐른다. 변압기 등이 타서 고장 나 대규모 정전(停電)이 발생하고 통신도 두절된다. 빛이 사리진 하늘에는 자기장 교란으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오로라가 발생한다. 자기력선은 극지방으로 모여 고위도에는 지상에 가깝다. 태양의 자기 폭풍이 특히 우리나라 같은 고위도 국가에 위협이 되는 이유다.

태양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태양 활동은 1859년에 일어났다. 그해 9월 1일 영국의 천문학자 캐링턴은 엄청난 '플레어(flare)' 폭발을 관측했다. 플레어는 태양의 자기에너지가 열이나 빛의 형태로 폭발하듯 방출되는 현상이다. CME에서는 입자가 직접 방출된다. 당시 자기 폭풍으로 미국과 유럽의 전신(電信) 시스템이 마비됐다. 교환원이 감전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자기장 교란으로 생기는 현상인 오로라는 평소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카리브해 인근 지역까지 내려왔다. 이후 당시와 같은 규모의 태양 폭발을 '캐링턴 사건'으로 부른다. 1989년 3월 9일 CME는 캐나다 퀘벡주 전역에 9시간 동안 정전을 가져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우주기상예측센터의 빌 머태그 박사는 "캐링턴 사건이 다시 발생하면 대륙 전체가 심하면 1년까지 암흑 속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망의 변압기가 지역마다 달라 고장이 나면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19세기와 달리 오늘날 세상은 통신과 교통, 에너지, 수자원, 금융 등 모든 인프라가 전력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캐링턴 사건 규모의 태양 폭풍이 앞으로 10년 내 발생할 확률은 12%이다. 다행히 태양 활동은 최악의 경우에도 30분~1시간 전에 예측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최악의 경우 아예 미리 전력망을 끊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환경센터에서 태양의 활동을 추적 중이며, 우주 환경 예보는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에서 맡고 있다.

1㎞ 크기 소행성 하나면 유럽 끝장

둘째 공포는 8월의 우주쇼를 중단시킬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이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파편이 지구 대기와 마찰하면서 타 버리는 현상이다. 이 혜성은 태양을 133년 주기로 공전하는데, 지난 1992년에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으며, 다음 접근은 2126년이다. 1973년 예측은 길이 26㎞의 이 혜성이 음속의 150배로 지구와 충돌한다는 시나리오였다. 다행히 당시 예측은 빗나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도널드 여맨스 박사는 1992년 새 관측치를 과거 관측치와 다시 비교해 2126년 8월 5일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60배인 2300만㎞ 떨어진 곳을 지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구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근지구천체(NEO·Near Earth Objects)'는 7월 말 현재 1만4700개가 넘는다. 지구와 태양 간 거리(1억5000만㎞)를 1천문단위(AU)라고 하는데, NEO는 0.3AU 이내로 지구에 근접한다. 수㎞ 지름의 우주 물체가 지구에 충돌하면 그 지역은 쑥대밭이 되고 불탄 재들이 하늘로 날아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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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운명 좌우하는 우주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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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의 마이클 람피노 교수는 이를 “오븐 안에 있는 것과 같은 상태”라고 묘사했다. 하늘을 덮은 미세 입자들은 나중에 온도가 내려가 태양을 가린다. 지구 생물의 대멸종을 부르는 핵겨울이 이어지는 것이다. 공룡 대멸종을 부른 충돌은 1억년에 한 번 있을 정도의 사건이다. 하지만 지름 1㎞ 천체가 충돌해 유럽을 파괴하는 일이 이번 세기에 일어날 확률은 5000분의 1로 높아진다. 한 국가를 쓸어버릴 300m 크기의 천체 충돌은 500분의 1로 확률이 뛴다.

세계 각국은 지구 멸망을 부를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ASA는 1998년부터 크기 1㎞ 이상 NEO의 90%를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0년 마쳤다. 지금은 2020년까지 크기 140m 이상을 90% 찾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충돌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고안하고 있다. 우주선에서 레이저를 쏘아 궤도를 바꾸거나 우주선에서 중력으로 당기는 방법도 제안됐다. 충돌이 임박하면 폭탄으로 충격을 가해 방향을 트는 방법도 있다. NASA와 유럽우주기구(ESA)는 2022년에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을 대상으로 궤도를 바꾸는 실험을 할 계획이다. 천문연구원은 작년 우주 환경 감시기관으로 선정돼 우주 위험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전 세계 다섯 곳에 자동으로 조종하는 광학망원경을 설치하고 24시간 감시 체계를 수립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케냐 직격탄

사이언스지는 셋째로 초대형 화산 폭발을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로 꼽았다. 7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 폭발은 2800㎦에 달하는 마그마와 재를 분출했다. 화산재가 하늘을 가리면서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다. 1000년간의 겨울이 진행됐고 전 생물종의 60%가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류의 대부분이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작년 세상을 멸망시킬 대재앙으로 화산 폭발을 들었다. 1815년 4월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은 유사 이래 최악의 화산 폭발로 기록됐다. 당시 10만여명이 사망했고 화산재가 수백만㎢를 덮었다. 화산재가 태양을 가려 이듬해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떨어졌다고 한다.

지질학계에서는 마그마 분출량이 450㎦ 이상인 경우를 ‘수퍼 화산’이라고 한다. 과거 기록을 보면 지구에는 미국의 옐로스톤과 발레스·롱밸리, 아르헨티나의 세로갈란, 인도네시아 토바, 일본의 아이라, 뉴질랜드의 타우포 등 7개의 수퍼 화산이 존재한다. 2011년 미국 유타대 연구진은 옐로스톤 화산이 7만년 만에 다시 수퍼 화산급으로 폭발한다면 반경 1600㎞에 3m 높이의 재가 쌓이고 미국의 3분의 2가 불모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브리스틀대의 수잔 젠킨스 교수는 화산 폭발로 나온 재가 수㎜만 쌓여도 농작물은 살 수 없다고 했다. m 단위라면 수십 년간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성층권까지 올라간 화산재는 소행성이나 혜성 충돌 때처럼 장기간 햇빛을 차단해 10년 동안 기온을 5~10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화산재는 식수를 오염시키고 전자제품를 망가뜨린다. 특히 항공 교통은 직격탄을 맞는다. 미세한 암석 조각인 화산재가 비행기 엔진에 들어가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2010년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은 수퍼 화산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한동안 항공 교통을 마비시켰다. 이 때문에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유럽으로 수출할 수백만 달러어치의 농작물이 쓰레기가 됐다.

과학자들은 화산 폭발은 지진이나 지하 가스의 유출, 마그마가 솟으면서 지표면의 형태가 바뀌는 현상 등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보가 있어도 경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제이컵 로웬스턴 박사는 “복잡한 전체 과정에서 일부만 알고서 사람들에게 경고를 내리기에는 스스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늑대가 왔다고 연거푸 거짓말을 한 이솝 우화 속의 양치기 소년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85년 콜롬비아에서는 화산 폭발로 2만3000여명이 죽었다. 정부가 과학자들의 경고를 늘 있는 일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번 반응하는 것도 문제다.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롱밸리 지역에서는 공식 경고가 나왔지만 화산 폭발은 없었다. 이 때문에 지역 부동산 가치가 급락해 경제가 한동안 휘청거렸다. 자연만큼 복잡한 게 인간 세상이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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