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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혼돈의 유럽> ①테러 일상화 조짐 프랑스…공포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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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테러 이어 12일 만에 성당 테러…기독교 사회에 큰 충격 안겨

올랑드정부 테러예방책 도마에…국민들 "나도 당할 수 있다" 체념도

연합뉴스

니스 트럭 테러[AP=연합뉴스]


<※편집자주 = 프랑스 니스의 코트다쥐르 해변이 대형 트럭의 지그재그 질주로 아수라장으로 변한 지 12일만에 생테티엔 뒤 루브래시(市)에서 신부를 살해하는 성당 테러가 발생해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불과 이틀 전에는 테러의 안전지대로 불려온 독일에서마저 자폭 테러가 일어나 유럽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에 테러가 일상화되다시피한 프랑스, '테러 청정지역'의 신화가 무너진 독일, 잇단 테러에 쿠데타까지 겹친 터키의 현실을 짚어보고 갈수록 꼬여가는 EU의 난민해법과 공포확산의 주범인 IS의 테러수법 등을 점검하는 특집기사 다섯 꼭지를 송고합니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세계적인 휴양도시 니스에서 '트럭 테러'를 당한 지 채 2주일도 안돼 이번에는 미사 중인 성당에서 신부가 살해되는 '종교 테러'가 발생해 프랑스가 극도의 공포감에 빠져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작년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모두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국가(IS)의 파리 동시다발 테러, 지난 14일 84명의 희생자를 낸 니스 트럭 테러에 이어 26일에는 루앙시 인근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신부의 목을 베는 잔혹한 테러가 또 터졌다.

공연장과 레스토랑 등 특정 장소를 공격하는데 그치지 않고 트럭을 군중에게 몰아 무차별 살상하는 전례없는 방식의 테러를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IS가 기독교를 정면 공격함으로써 '종교 전쟁'을 벌이는 양상으로 몰아가면서 서구 기독교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테러가 한층 일상화된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그 대상은 갈수록 특정화되고 방식은 더욱 잔인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나도 언제든 당할 수 있다. 이제 테러를 완벽하게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체념이 번지고 있다.

지난해 이후 프랑스에서 잇달아 발생한 테러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최대한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 특징으로 꼽혔으나 이날 성당 테러는 비록 신부 1명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서구 기독교와 '종교 전쟁'을 노골화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그나마 지난달 10일 프랑스에서 개막해 이달 10일 끝난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는 테러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컸지만,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일정을 소화했다.

유로 2016을 무사히 치렀을 때만해도 마뉘엘 발스 총리는 "정부는 최근 몇 달 사이 몇 차례나 테러를 막아냈다"면서 "특히 유로 2016 개막 직전에 예방한 테러 음모 사건은 특별히 치명적일 수 있었다"고 밝혔으나 그 후 두 건의 테러가 연이어 터져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무방비의 테러에 대한 공포감만 증폭시켰다.

프랑스에서는 이처럼 일상화된 테러로 박물관, 미술관, 백화점, 놀이공원 등에 들어갈 때 폭발물이 없는지 경비원이 가방을 점검하거나 외투를 벗어 보이는 것은 이제 더는 불평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다 니스 테러와 연이어 터진 성당 테러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의 다른 테러가 여전히 존재함을 시민에게 일깨워줬으며 프랑스인에게 테러를 완벽하게 막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했다.

여론조사기관인 BVA 조사 결과 프랑스인 78%는 "어떤 대처를 하더라도 테러를 완벽하게 막기 어렵다"고 대답했으며 21%만 "수단만 갖춘다면 테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현지 일간지 레제코가 25일 보도했다.

심지어 발스 총리도 최근 하원에서 "프랑스는 좀 더 치명적인 공격에 대비해야 하며 위협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샤를리 에브도와 파리 테러 이후 정부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쳤던 정치권과 시민도 니스 테러 이후에는 공방을 주고 받으며 균열을 나타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테러 주범인 IS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이에 따라 테러 이후 오히려 대통령과 정부 지지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보였다.

10∼20%의 낮은 지지도에 허덕이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 테러 이후 지지도가 한때 50%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으나프랑스가 무차별 테러의 주된 표적이 되면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 다시 하락 반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니스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즐기던 어린이를 포함해 시민이 80명 넘게 숨지면서 프랑스인들은 정부가 테러 예방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내년 4∼5월 대통령 선거를 1년도 안 남기고 니스 테러가 발생하자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야당 공화당 대표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해 테러 이후에도 테러 대응책 마련에 실패했다"면서 공세를 가했다.

야당은 잇따른 테러에 책임을 지고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권 사회당 정부는 정치 공세라면서 일축했으나 불과 2주일도 안돼 또 테러가 터져 올랑드 정부는 집권 후반기에 점차 코너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니스 지방자치단체 경찰은 내무부로부터 니스 테러 당일 경찰 배치에 관한 보고서를 정부에 유리하게 수정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카즈뇌브 장관은 사실무근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한 경찰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멱살잡이까지 하는 사나운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

언론에서도 테러 당일 트럭이 산책로로 진입할 당시 상대적으로 중무장한 국립 경찰은 없고 지자체 경찰차 한 대만 배치돼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니스에서 열린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한 발스 총리가 성난 군중으로부터 '살인자', '사임하라' 등의 구호와 함께 야유를 받은 것은 테러 예방에 실패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본격 바캉스철을 맞아 일상을 잊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프랑스인과 정부에 이번 여름은 짙게 드리워진 테러의 그림자로 길고도 고통스러운 시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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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테러당한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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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에펠탑 경비 강화한 프랑스 경찰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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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서 열린 추모식서 야유 받는 발스 총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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