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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연봉 최대 40% 차’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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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표-노조 합의 비현실적

이사회 의결로 도입은 무효 소지

은행권, 당국의 직간접 개입 원해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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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까지 차이 나도록 하는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지만 이 같은 지침이 당장 현실화될 수 있을지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노조의 거센 저항을 돌파할 각종 시나리오들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 금융당국이 사측인 은행들을 얼마나 압박하느냐가 현실화의 관건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에 제안된 방안대로 민간은행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방법으론 ▦금융산업노조가 은행권 사용자 대표와 산별교섭을 통해 합의하거나 ▦각 은행 노사가 개별적인 합의를 보거나 ▦각 은행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강제 도입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먼저 금융노조와 은행권 대표가 합의하는 경우는 가장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만은 꼭 막아내겠다”며 오는 9월 23일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35개 지부 전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이라 투쟁 강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금융노조 차원의 합의 대신 개별 은행 사측이 각 은행의 노조 지부와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 은행권 산별 단체협약은 ‘보수에 관한 협약은 이 협약(산별 단체협약)에 모순되거나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와 지부 간에 별도로 정할 수 있다’(53조)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꼭 금융노조 차원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 2014년엔 몇몇 금융공공기관이 금융노조 반대에도 지부 노조와 합의를 통해 복지 축소를 관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노조의 총파업 투표에서 파업 찬성률이 95.7%에 달할 만큼 일선 조합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거세 지부 노조 단위의 합의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 합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남는 방법은 이사회 의결 만으로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공공기관 8곳은 노조의 반대에도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노사 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법 위반으로 무효가 될 소지가 있다. 더구나 사주(社主)도 아닌 임기제 은행장들이 영업실적 타격을 불사하고 노조와 극한 대립을 감수하면서 성과연봉제를 강행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국이 나서면 은행 경영진도 노조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원칙적으로 정부가 민간은행의 노사 관계에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 상황이다. 다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성과연봉제 도입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는 등의 방식으로 은행 경영진을 압박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한국일보

은행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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