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이슈 IT기업 이모저모

네이버,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 첫 인정…버티기 대신 실익 찾기 나서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프트뱅크와 결합 기대 미치지 못해"
네이버 기술력 노하우 접목에 어려움
업계 "사실상 지분 일부 매각으로 기울어"
한국일보

최수연(가운데)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해 곽노정(오른쪽) SK하이닉스 대표,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10일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일본 정부, 라인야후, 소프트뱅크까지 삼각편대의 지분 매각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네이버가 실익을 더 얻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네이버는 이날 오후 2시쯤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지분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이번 사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네이버는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 상세한 사항을 공개할 수 없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어느 정도 넘기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동업자인 소프트뱅크와 시너지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경영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2011년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 출시 후 2019년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을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2021년 소프트뱅크와 공동으로 A홀딩스를 출범시켰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의 대주주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를 자회사로 두고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네이버는 기술적 파트너로서 인프라 제공에 따른 대가를 일부 받았지만 실질적 경영권이 소프트뱅크에 있는 만큼 네이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라인야후와 관련, 크고 작은 보안 사고가 발생하며 내부 갈등도 컸다고 한다.

네이버, 소프트뱅크와 헤어질 결심한 시기는?




한국일보

지난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 앞으로 직장인이 지나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헤어질 결심을 한 시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에 따르면 라인야후 보안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1월쯤 네이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관련 문의를 해왔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공동 대응팀을 만들었다. 올해 일본 총무성이 3월과 4월에 각각 지분 협상을 포함한 보안 관련 대책 수립을 요구하면서 네이버가 다시 과기정통부에 협의를 해왔다. 지난달 29일 과기정통부가 대응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네이버 측과 면담을 하며 '사업 전략적 계획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겠다'고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네이버 내부적으로 '지분을 팔자' 쪽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도 이날 입장문에서 "네이버를 믿고 기다려주고 계신 주주, 사용자,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앞으로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진행할 지분 매각 협상도 쉽진 않아 보인다.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최근 투자에 실패한 소프트뱅크가 이를 모두 사들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와 연계된 사업과 성장 가능성, 소프트뱅크와 관계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야후 매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네이버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소프트뱅크에 넘겨주면 라인플러스 등 한국법인 직원 2,500명이 고용 불안에 시달릴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네이버 노조는 이날 오후 긴급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네이버 조합원들과 라인플러스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