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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미국 곧 금리 올린다는데”…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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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옐런 “수 개월내 금리인상” 발언 후폭풍, 경기하방 압력에 금리인하 고심했다가 원점 재검토…6월 금리동결 가능성 확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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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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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조만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낮춘 이후 11개월째 동결기조를 유지했다. 최근 경기부진과 구조조정 파급효과에 따른 신용경색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를 저울질 하던 차에 가장 큰 변수였던 ‘미국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서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어서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경제가 계속 개선되고 있고, 성장도 되살아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상황이 계속되고 고용시장의 호조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수개월 안에 그런 움직임(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연준 내의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인사들의 발언으로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옐런 의장의 발언은 이보다 훨씬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달 14~15일 예정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7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 때는 옐런 의장이 별도의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 6월 인상 가능성을 예상하는 투자기관들이 많다.

국제금융시장 큰 변동성을 불러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6월 23일 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최근 물가, 고용 동향을 고려하면 조만간 연준의 금리인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같은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한은이 오는 6월 9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는 금리동결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이 국내 경기상황만을 고려해 6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낮췄다가 미국이 6월 FOMC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역선택’에 따른 내외금리차 축소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질 수 있어서다.

다수의 한은 고위 인사들은 6월 FOMC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밝히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앞서 미국 6월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통화정책 결정에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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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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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금융안정을 보다 중시했던 이 총재는 최근 변화된 어법을 구사했다.

이 총재는 5월 금통위 기자회견에는 “과거 금리를 2%에서 1.75%로, 1.75%에서 1.50%로 내리기에 앞서서도 당시 금리 수준이 완화적이며 실물경제 지원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며 “완화적이냐 더 완화적이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필요할 경우 정부 부양책과 함께 금리인하 등으로 정책공조(policy mix)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낮춘 뒤 성장세 회복을 위한 추가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국내 자본유출이 이전보다 크지 않고, 국내 경기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정부 재정 조기집행에도 불구하고 0.4%에 그쳤다. 2분기 들어 물가상승률이 점차 오르고 소비심리도 개선되는 흐름이지만 수출부진이 계속되면서 성장세 회복이 미미하다.

특히 조선·해운업종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대량실업, 금융시장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대외여건은 녹록치 않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내외금리차가 줄어 국내 증시 등에 투자한 외국인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외국인투자자금의 대량 유출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에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금융안정만을 중시해 동결기조를 이어가는 것도 국내 경기상황에 부담으로 작용될 리스크가 있고, 국내 경기를 고려해 금리인하를 할 경우 대외충격에 더해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산될 수 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도 한은이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통화정책에 고려해야 될 변수가 더 많아지고 이에 따른 충격도 더 클 수 있어 내부적으로 신중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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