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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우리나라 최남단 수중섬 ‘이어도’ 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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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에 있는 이어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주에서 ‘이어도 문화의 날’ 조례 제정이 재추진되고 있다. 이어도의 날 조례는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번번이 무산됐던 조례다. 이번에는 주민발의로 추진 중이다.

경향신문

2003년 준공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간 이어도 위 종합해양과학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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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지역 여성단체인 제주여성리더십포럼이 서명운동을 벌여 제정을 청구한 ‘제주도 이어도 문화 보존 및 전승 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부의했다고 14일 밝혔다. 제주도는 조례규칙심의회 심의 결과 청구인명부에 서명한 5348명 가운데 3805명이 유효서명인으로 확인돼 주민발의를 위한 법정 요건(19세이상 주민총수 200분의 1)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이어도의 날 조례는?

조례안은 1년 중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음력 7월 15일(백중사리)를 ‘이어도 문화의 날’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안은 이어도를 ‘제주 사람들로부터 구비전승되고 있는 이상향인 환상의 섬, 피안의 섬, 이어도 타령 등에 내재하고 있는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라고 정의하고 옛 제주인의 삶이 녹아든 이어도 문화를 전승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어도 문화의 날’에 이어도와 관련된 공연과 문화행사, 학술연구와 탐사활동을 위한 각종 행사를 할 수 있고 제주도는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16일 시작되는 제337회 임시회에서 조례안 처리여부를 논의한다.

■ 왜 이어도인가

이어도는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으로 149㎞에 위치한 암초로, 정부는 지난 2003년 6월 이곳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완공했다. 암초의 최정상은 바다의 평균 해수면에서 4.6m 잠겨 있어 10m 이상 파고의 파도가 칠 때를 제외하면 여간해서 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과도 247㎞ 떨어져 있어서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양국은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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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지형도


반면 제주에서는 이어도를 예로부터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어부들이 가는 전설의 섬이자 피안의 섬 등 극락의 상징으로 여겼다. 해녀들은 죽더라도 이상향인 ‘이어도’를 갈 수 있다고 믿고 ‘이어도사나’와 같은 민요를 즐겨 불렀다. 때문에 제주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이어도’를 하나의 문화로 보고 문화행사, 학술행사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져왔다. 두 차례에 걸쳐 이어도의 날 조례가 발의돼 의회에서 논의됐지만 결국 이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우려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 중국과 외교마찰 우려 번번이 무산

이번 조례안 역시 외교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이어도의 지정학적 위치 등 민감한 부분은 제외하고 ‘이어도’를 제주인의 독특한 해양 문화로 해석하고 전승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조례 제정을 청구한 제주여성리더십포럼은 “이어도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제주인의 해양생활 문화로, 설화 속 제주인이 꿈꾸는 이상향이자 제주도의 해양 역사, 제주인의 생활문화의 역사적 상징물이 됐다”며 “이를 계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조례 제정 목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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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위치(한국해양연구원 제공)


하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이어도 문화의 날 조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제주도는 의회에 제출하는 주민청구 조례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외교부에서 이어도를 둘러싸고 한·중간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고, 올해 ‘한국관광’의 해를 맞아 기대되는 중국 관광객의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또 “제주도의 입장에서도 (조례제정은) 투자유치는 물론 지난해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제주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국내외적으로 여건이 성숙된 후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우리 도의 실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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