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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중력파 검출 소식에 밤잠 설쳤다"…韓도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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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를 통한 우주 관찰 방식에 힘 얻어…韓 연구진 더욱 세밀한 중력파 검증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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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호텔에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12일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 연구단이 '중력파'를 검증한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사진=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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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e메일로 (중력파) 신호 검출 소식은 처음 알게 됐다. 'very interesting event(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라는 제목의 e메일이었다. 너무나 명백한, 아름다운 신호가 있었다는 내용을 읽고는 밤잠을 설쳤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12일 오전9시 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은 중력파 첫 검출 소식을 국내 취재진에게 직접 알렸다. 미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이 열린 지 약 6시간 후였다.

KGWG는 이번에 중력파를 검출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LIGO) 과학협력단'과 함께 활동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주장했던 '중력파(重力波)'를 검출한 첫 역사적 사건에 우리 연구진들도 함께 한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 연구진은 지난 5개월간 검증작업을 진행하면서 참아둔 기쁨도 함께 드러냈다.

◇'중력파' 찾아 헤맨 韓연구진, 이번에 'SOGRO'=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은 2009년부터 라이고과학협력단(LSC)과 연구를 함께 해왔다. KGWG는 중력파 데이터 분석과 중력파원 모델링, 온라인 분석 SW(소프트웨어)의 성능 향상, 관측 데이터 품질 실시간 모니터링 등 다방면에서 힘을 보탰다.

이형묵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많은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어떤 일이든 나사 하나가 빠지면 안 돌아가듯이, 우리 연구진들의 수고도 (이번 중력파 검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라이고과학협력단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 연구진은 정규직 4명에 해당하는 연구 분량을 해내고 있다.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하면 빛의 속도로 주변에 전파되는 시공간의 '잔물결'과 같은 파동이다. 아인슈타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언급한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과측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번 중력파 첫 검출을 기반으로 KGWG의 연구 활동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선 2011년부터 참여해 온 일본의 카그라(KAGRA) 중력파 검출기의 개발과 활용에도 꾸준히 함께 할 계획이다. 우리 연구진은 카그라 중력파 검출기의 광학계 개발, 데이터 분석용 SW(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담당한다.

향후에는 한국 연구진이 주도한 개념의 중력파 검출 연구도 구체화 할 계획이다. 바로 '저주파 검출기 SOGRO(소그로)'다. 라이고가 10~1000 Hz(헤르츠)인 고주파에서만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반면 소르고는 저주파에서 작동한다. 백호정 메릴랜드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진행된 '소그로'는 30mX100m 정도 길이의 3차원 구조로 중력파 검출 기구를 지하에 건설하는 방식이다. 라이고와 달리 중력파의 방향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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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진이 주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3차원 검출기 'SOGRO'/사진제공=한국 중력파 연구협력단 (KGWG)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 '중력파' 첫 검출 그 후= 중력파 실체 관측은 지난 100년간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우주의 탄생을 파악하는 데 주요한 방법으로 세계 과학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던 분야다. 라이고 시설도 2002년 이후 정밀성을 높이는데 부단한 노력을 했다. 이번에도 향후 6개월간은 재정비 기간을 갖게 된다.

오정근 수석연구원은 "중력파 신호로 검출기가 오인할 수 있는 잡음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며 "기기 필터도 교체해보고, 전반적인 환경을 외부로 부터 차단하는 작업을 6개월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계는 이번 중력파 검출로 향후 다양한 방식이 시도될 것으로 전망했다. 라이고 인도, 일본의 카그라 등이 조만간 건설되면 동시에 다양한 지역에서 중력파를 관측해 더 많은 블랙홀과 중성자별 쌍성 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별 진화의 마지막 단계 규명하고, 중성자별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등 우주를 보는 시야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진달래 기자 az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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