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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반도 新냉전> ⑤한반도 비핵화 '흔들'…거세지는 핵무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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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5차 핵실험땐 국민투표로 '핵무장' 합의 도출 필요" 주장

정부, 비핵화 고수…"北 비핵화 명분 사라지고 국제사회 제재받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황철환 기자 = 북한이 제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 발사까지 감행하자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1991년에 공표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더는 구속될 필요가 없고, 25년 동안 지속된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 차례의 핵실험과 여섯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커짐에 따라 절대명제로 여겨지던 한반도 비핵화 정책도 흔들리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위협 앞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핵우산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경제, 그리고 북한과의 군사력 균형을 위해 자위적 핵무장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남한의 핵무장으로 북한의 대남 핵 우위가 무너지게 되면 북한 지도부로서는 더는 대남 우위를 주장할 수 없게 되고 주민의 적극적인 충성심을 이끌어 낼 정당성도 약화하기 때문에 사실상 남한의 핵 보유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때는 한국도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매우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먼저 국민투표를 통해 핵무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도 "안보는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안보는 우리가 챙겨야 한다"며 "핵에 대한 대응은 핵으로만 가능하다. 그 핵이 우리의 핵이어야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독자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문 실장은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한미동맹이 그날로 끝나고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하는 것처럼 우리를 제재해 한국 경제가 끝장이 날 것처럼 얘기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했을 때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제재는 (두 나라의 전략적, 경제적 가치 때문에) 6개월 만에 해제됐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비상상황 시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핵물질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핵비확산조약(NPT)에 저촉돼 각종 무역 및 경제제재를 받게 되는 핵무장은 굉장히 어렵지만, NPT가 불법으로 간주한 영역이 아닌 핵물질 농축·재처리는 한미간 동맹외교로 풀어야 한다"며 "그래야 정말 다급할 때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고, 북핵을 말리지 못하면 한국도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핵무장으로 말미암아 감당해야 할 국제사회 제재 등의 대가가 너무 크고, 북한 비핵화 주장의 명분을 잃는다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 그룹에서도 핵무장론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는 반대론이 여전히 우세한 편이다.

반대론자들은 핵을 통한 '공포의 균형'은 냉전시대 현상유지 이론에 불과하며, 한반도 평화를 장착시키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가 핵보유를 선언하면 당장 국제사회 제재로 우리나라 전체 전력 공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발전소의 연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북한에는 핵발전소의 연료인 우라늄 광산이 있지만, 남한에는 없다.

반대론자들은 또 한국 경제가 수출의존형이라는 점에서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디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한의 핵무장은 첫째로 북한의 핵보유를 논리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되며, 둘째로는 동북아의 핵도미노 현상이 불가피하게 한다"면서 "아울러 수출의존형인 한국 경제는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디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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