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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무효… 국민에겐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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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75>]법률 소비자 국민의 입장에서 본 형사사건 성공보수금]

머니투데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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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최근 내놓은 판결이 법조계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이전까지 통상적으로 변호사들이 받아오던 성공보수금 중 형사사건에 대한 것은 무효이며, 따라서 의뢰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하며 반발했습니다. 특정 변호사들의 모임이 아닌 대한변협이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대한변협 "성공보수금 의뢰인의 경제적 부담 덜어줄 가능성"

대한변협은 성공보수 약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뢰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성공보수 약정을 맺으면 일부 수임료를 후불로 내는 효과가 있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성공보수 약정을 줄인다고 해서 변호사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 보는 법조인은 거의 없습니다.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타임차지'(시간당 보수) 방식이나 애초에 착수금을 많이 받는 형식으로 수임료 체계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충실한 변론을 보장한다는 점도 성공보수금의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 수임료 일부를 성공보수금으로 내는 것은 비단 재판부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충실한 변론을 보장받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법원에서 종종 변호인의 부실한 변론을 은연중에 지적하는 판시를 내놓는 점을 고려하면 '충실한 변론'을 보장받기 위해 성공보수금을 약속하는 것은 어쩌면 의뢰인의 권리일지도 모릅니다.

◇대법원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가 더 큰 가치"

변호사들이 의뢰인들의 경제적 사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대법원은 법조계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에 더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재판의 공정성입니다.

해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온갖 비리를 저지른 인사들이 대형 법무법인(로펌)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해 법망을 여유롭게 빠져나가는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비싼 변호사'들은 법원이나 검찰에 연줄이 닿아 있고, 영향력을 행사해 수사 당국과 사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상상의 발로입니다.

이 같은 불신은 국내에도 있습니다. 판사나 검사 출신, 이른바 '전관'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 연줄을 이용해 유리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전관예우' 의혹입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내막을 정확히 알 리 없는 의뢰인으로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관을 선임하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이 같은 심리 때문에 전관들은 비싼 수임료를 받게 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자연히 전관을 선임할 수 없게 됩니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는 전관예우 의혹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성공보수금이 곧 재판부나 수사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가라고 의심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만약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금이 사라진다면 '더 많은 돈을 써서 전관을 선임하지 못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의심은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조금이나마 높아진다는 면에서 이는 의뢰인에게 가치있는 일입니다.

◇사법부와 변호사 업계 싸움으로 비치는 일 없어야

대한변협과 대법원의 주장은 모두 국민의 이익이라는 면에서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법조 삼륜의 두 축이 대립하는 현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은 자칫 그것이 양측의 자존심 싸움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관들과 변호사들 사이의 힘겨루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변협 등이 전관예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퇴임한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에 반대하자 대법원이 형사사건 성공보수금을 없애 '맞불'을 놨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미 그 자체로 국민의 권익이 침해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 권리를 위해 일해야 할 사법부가 변호사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이 같은 해석은 추측일 뿐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 새로 출범한 대한변협 집행부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며 대법원과 '불편한 관계'가 됐다는 의심 때문에 나온 해석으로 보입니다.

형사사건의 성공보수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국민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좁혀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야만 사법부와 변호사들의 힘겨루기라는 의심도 말끔하게 사라질 테니까요.

김만배 기자 mbkim@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황재하 기자 jaejae32@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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