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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MB, 두차례 글로벌위기 넘겼지만 가계·공공부채는 늘어 `경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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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외환위기 딛고 고성장…카드대란 초래
노무현 글로벌 호황 감안땐 성장률 평균 이하


◆ 역대정부 경제 평가 ◆

MK News

어느 정부든 집권 마지막 해에는 강한 '유혹'을 느끼게 마련이다. 팽창적 재정ㆍ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최대한 높이는 게 정권 재창출을 위해 유리하다는 게 통념이다. 정부 자체에 대한 평가도 시간이 흐르면 각종 경제지표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권력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로 인해 대개 '현재 권력'은 선거를 앞두고 총수요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그런데 외견상 이명박 정부 경제관료들은 뜻밖에 자제력을 보이고 있다. 1일 발표한 '1분기 경제 점검과 정책 대응 방향'에서 현 정부는 "세계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경기 흐름만 인위적으로 대폭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스스로 못을 박았다.

요즘 정부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정책 여력 비축'과 '재정건전성 강화'다. 경기 부양이란 단어는 아예 사라졌고, 그 자리를 미세조정(fine tuning)이 차지했다.

물론 이 같은 기조 변화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의 트라우마도 깔려 있다. 다름 아닌 물가다. 주요 국가들이 실업률 걱정을 하는 동안 한국은 물가에 몸서리를 쳤고 정부 인기가 추락한 최대 원인이 됐다.

지금 정부 고위 관료들이 너나없이 물가 상승률 제어를 남은 1년의 최대 과제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업적지수'가 김대중ㆍ노무현 등 전 정부에 비해 낮은 이유도 물가 탓이 크다.

경제업적지수는 분자인 경제성장률이 높거나 분모인 고통지수(소비자물가 상승률 + 실업률)가 낮을수록 상승한다. 저성장, 고물가, 대량 실업 등이 발발하면 대통령의 경제업적지수는 급락하는 셈이다.

정부별로 집권 기간 중 경제업적지수 평균을 분석해본 결과 김대중 정부가 82로 가장 높았고, 노무현 정부가 68.9, 이명박 정부가 지난 4년 평균으로 44.1을 기록했다. 김대중 정부의 점수가 높은 것은 외환위기 바닥 상황에서 시작해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던 게 주효했다. 평균 경제성장률은 김대중 정부가 5%로 노무현(4.3%), 이명박(3.1%) 정부보다 높았다.

반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명박(3.6%), 김대중(3.5%), 노무현(2.9%) 정부 순이었다. 평균 실업률은 이명박 정부가 가장 낮았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충격을 딛고 높은 성장률을 구가한 사례다. 물론 과도하게 민간소비를 자극하면서 신용카드 사태를 불렀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가계부채 증가율의 경우 김대중 정부가 17%로 가장 높았고 노무현(8.7%), 이명박(8.2%) 정부 순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다른 두 정부에 비해 글로벌 위기를 겪지 않은 덕분에 실업률과 물가 모두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지표상 업적지수가 낮은 것은 저성장과 고물가 탓이다. 두 차례 글로벌 위기를 넘겼지만 지난해 말 기준 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912조원)와 884조원에 달하는 정부ㆍ공공기관 부채가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물가에 발목이 잡혔다.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을 놓친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저성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재정위기라는 두 차례 외부 쇼크에 처했다는 점에서 불가피했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다른 선진국을 성장률 측면에서 앞질렀다. 글로벌 위기 관리라는 측면에서 정당한 평가가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의 경우 고유가 등 외부 영향을 감안해도 국내 유통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경제업적지표를 구성하는 3대 요소인 △성장률 △실업률 △물가 상승률 가운데 남은 임기 동안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올인'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업률은 더 이상 낮추기 어렵고, 인위적인 성장률 높이기는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염려가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적극적 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상저하고' 경기 흐름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하반기 성장률이 더 낮았던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모든 지표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8%, 전기 대비로 0.9%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2분기에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정부는 2분기 이후에도 인위적 부양책이 아니라 규제 완화 등 간접적 수단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자칫 바닥을 치고 오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신헌철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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