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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운명의 날 '째깍째깍'…그리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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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그리스 운명의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가 그리스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5년 가까이 끌어온 그리스 사태는 다음달 5일 국민투표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그리스는 이날 국민투표를 갖고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받아들일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 곳곳에서 반대 촉구 시위…치프라스 사퇴 배수진

알렉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등 그리스 좌파 진영은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이 '그리스를 서서히 죽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투표에서 협상안 찬성이 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쳐놓은 상태다.

치프라스 총리는 29일(현지시각) 그리스 공영방송 ERT와의 인터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의 입지가 강해질 것"이라며 부결을 촉구했다.

그는 "그리스가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유로존을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권단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투표를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투표에서 찬성안이 가결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시민 1만7000여명은 29일 아테네와 지방도시인 테살로니키 등지에서 채권단이 제시하는 구제금융 협상안에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의 삶은 채권단의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들 대부분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연정을 이끄는 치프라스 총리의 지지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가 29일 공개한 투표용지에서도 국민투표 부결을 간절하게 원하는 의지가 읽힌다.

투표용지의 왼쪽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안한 협상안을 수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인쇄됐다.

오른쪽에는 상단에 '아니다'라는 반대하는 칸이, 하단에 '네'라는 찬성하는 칸이 인쇄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찬반투표'가 아니라 '반찬투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佛·獨 "반대하면 유로존 나가라"…전방위 압박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로존 지도자들은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면 유로존에서 나가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29일 "그리스 국민들은 유로존에 남기를 바라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유로존을 떠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리스 국민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국민투표가 유로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고, 지그마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역시 "부결은 유로존을 떠나겠다는 명백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구제금융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로존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은 그리스 국민들에게 큰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30일에는 구제금융 개혁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시위도 예정돼 있다.

◇ 그리스 국민, 어떤 선택할까…수용 가능성 높아

5일 국민투표에서는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에 분노하며 치프라스 총리 등 시리자를 지지할 것인지, 유로존 잔류를 위해 파국을 초래한 시리자에게 등을 돌릴 것인지가 결정된다.

투표 결과 구제금융 협상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로는 수용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여론조사기관 알코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리스 국민의 57%는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47.2%, 반대는 33.0%로 각각 나타났다.

국민투표에서 협상안이 수용되면 치프라스 총리는 사임하고, 그리스에서는 조기총선 또는 연정이 시행될 전망이다. 협상 찬성파가 집권하게 되면 연금 삭감과 부가세율 인상, 민영화 촉진 등의 내용을 담은 구제금융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할 경우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면 물가 급증과 실업 급증, 은행·기업들의 연쇄 파산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 은행과 금융기관이 파산하고 일반 기업들도 줄도산 도미노에 휩쓸릴 수 있다.

유로화 대신 옛 화폐인 드라크마를 재도입하면, 최대 50%까지 통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MF는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률이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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